"집값 더 떨어진다는데 누가 빚내서 삽니까"
“요즘 대출 많이 받아서 집 사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보다는 취득세 인하가 필요합니다.”(양원규 서울 고덕동 실로암공인 대표)

지난 8일 정부가 다주택자 및 1년 미만 ‘단타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17일 20~30대와 자산가의 대출 한도를 높이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주말(18~19일) 둘러본 서울 부동산시장에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취득세 내려야”

중계1동 태양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있어야 집을 산다”며 “하루가 멀다 않고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뉴스가 쏟아지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방배2동 서초공인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나야 부동산시장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DTI 규제 완화 발표 이후 가격이 더 떨어진 곳도 나왔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호가가 1000만~2000만원 정도 내렸다”며 “DTI 완화가 집값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과천 그린공인 관계자도 “대기 매수자들이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같다’며 매수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취득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고산동 이석사공인 관계자는 “취득세 부담이 4~5년 전에 비해 서너 배 많아졌다”며 “취득세를 1%대로 낮추면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정부 대책보다는 전세시장 동향이 가을 집값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목동 탑공인 관계자는 “윤달 때문에 이사를 가을로 미룬 이들이 많아 국지적으로 전세 매물이 동난 곳이 나오고 있다”며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좀 더 올라가면 집값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DTI 혜택 강남권 집중”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DTI 완화 혜택을 받게 될 주택 40%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에 집중돼 있다. DTI 우대비율 혜택은 정부가 권장하는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받으면 DTI 한도를 5%포인트씩 최고 15%포인트 높여주는 것이다. 우대비율 혜택이 확대 적용되는 6억원 이상 아파트는 서울과 수도권에 약 48만가구가 있다. 강남3구에 있는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모두 20만7000가구로 서울과 수도권 전체의 43.1%를 차지한다. 경기 지역에선 성남(4만5612가구), 용인(1만6404가구), 고양(1만1818가구), 과천(9250가구) 등이 우대 혜택을 많이 받는다.

아파트 매수에 나설 20~30대 무주택 직장인도 정부 기대만큼 많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0~30대가 이미 가계대출에서 잔액 기준으로는 21.4%, 대출자 기준으로는 35.7%를 차지해 대출을 더 늘릴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산가의 순자산(자산-부채)을 소득으로 환산해주는 것 역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자산가들은 이미 주택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추세여서 소득 인정을 더 받는다고 주택 거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현일/정소람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