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호주에 인천 영종도와 맞먹는 크기의 대규모 타피오카 생산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식품 원료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부터 사료첨가제에 이르기까지 수백종의 제품을 만드는 국내 최대 식품업체지만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원당 58만, 원맥 55만, 대두 62만, 옥수수 50만 등을 미국, 호주, 태국, 캐나다 등에서 사들였다. 타피오카는 이들 곡물 중 최근 가격 상승폭이 높은 옥수수를 대체하는 식품 재료다.

○옥수수 대체할 차세대 원료

CJ제일제당이 지분 74.9%를 투자한 합작법인 ‘CJ ACT’는 호주 퀸즐랜드주 홈힐 일대 6000만㎡(1815만평) 부지에 카사바 재배단지를 조성해 연간 10만의 타피오카를 생산할 계획이다. 총 1억 8000만 호주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한다. 부지 매입, 인·허가, 시험 재배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지 지방정부도 지역 개발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어 큰 변수가 없는 한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타피오카는 일반 소비자들에겐 낯설지만 식품용과 공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최근 들어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용도가 넓어지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대부분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전 세계 옥수수 수요 가운데 바이오에탄올 제조용도의 물량이 40%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타피오카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문이 ‘세계 1위’를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라이신(사료 첨가제)의 원료이기도 하다. CJ ACT의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전체 라이신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타피오카 물량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이 해외에 타피오카 생산단지를 짓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01년 무학과 손잡고 캄보디아에 타피오카 농장을 조성한 적이 있으나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2008년 철수했다.

○식품업계 해외농장 속속 확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식품회사는 곡물 원자재 확보가 중요한 만큼 호주에서 직접 곡물을 재배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검증 끝에 자동화된 카사바 재배기술을 보유한 호주의 중소업체 카스텍이 파트너로 낙점됐고 합작법인이 세워졌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해외 곡물자원 확보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값이 급등할 때 방어 수단에 한계가 있는 데다 정부 압박 탓에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며 “안정적 가격에 넉넉한 물량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동아원은 2008년 자회사 코지드를 설립, 캄보디아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한 해 2만5000의 사료용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러시아 멕시코 미국 중국에서 총 3320만㎡의 해외농장을 운영 중이다. 삼양사 계열의 삼양제넥스도 인도네시아에서 카사바를 시범 재배하고 있다. 팜스토리, 팜스코 등도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