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호남·충청 일대의 농수산물 산지를 강타하면서 추석 제수용품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과 장마를 거치며 급등세를 보인 채소 값도 더 오를 전망이다.

전국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전남 나주에서는 28일 전체 배 재배면적 2400㏊ 중 50% 이상이 낙과(落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오현준 이마트 과일담당 바이어는 “올해는 작년과 달리 배 작황이 좋아 가격이 안정적이었으나 이번 피해로 추석쯤에는 20~30% 이상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과 포도 복숭아 등도 낙과 피해를 입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추석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해 농협을 통해 내놨던 제수용 농산물 세트를 올해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산 전복의 75%가량을 생산하는 전남 완도 양식장도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날 새벽 순간 최대 풍속 51.8m의 강풍이 불면서 파손된 양식장 시설물이 해안가로 떠밀려왔다.

이날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상추 상품(上品) 4㎏ 상자의 평균 경락가격이 전날 4만5678원에서 8만365원으로 76% 급등했다. 쪽파(44%) 피망(40%) 깻잎(35%) 배추(27%) 풋고추(23%) 오이(20%) 미나리(16%) 값도 급등했다.

가락시장 관계자들은 엽채류를 중심으로 공급량 감소에 따른 추가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하루 농산물 반입량은 2주일 전 6200에서 지난주 5800 선으로 줄었고, 이번주에는 대부분 산지에서 출하작업이 중단돼 더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농협은행은 이날 태풍 피해를 입은 농업인이나 지역주민, 중소기업 등을 위해 10월 말까지 1000억원 규모의 복구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재해를 입은 고객에게 최고 2000만원까지 금리우대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임현우/최만수/김일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