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화두는 ‘변화’와 ‘복합 외교’였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제무대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가고, 동북아에서는 6자회담 관련국인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정권교체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며 “국제질서가 바뀜에 따라 유동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외교의 가장 큰 과제로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을 꼽았다.

김 장관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며 “정부와 민간, 경제·산업계가 힘을 합치는 복합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문제 이후 악화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은 우리의 이웃이자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면서도 “영토·역사 문제는 타협할 부분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신희택 서울대 법학과 교수=일본에 비해 우리는 국제법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김 장관=최근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 정창호 캄보디아특별재판소 재판관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분이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법 전문가 양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내년에 국립외교원이 출범하는데 국제법을 중요한 과정으로 넣고 전문가를 양성할 생각이다.

▷정규재 한경 논설실장=독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개입이 필요한 건가.

▷김 장관=미국은 독도 문제에 대해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이다. 일본의 모 국장이 언론에 나와 미국이 자기편인 듯 이야기했지만 다음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어느 나라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독도 문제는 일본이 생각만 바꾸면 해결된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김 장관=일본과 외교부 끼리는 잘해보자며 노력하고 있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나름의 계획도 있지만 관계 개선에 나설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정순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국가 간 통상 마찰을 관리하는 규범이 국제기구로 옮겨가면서 국제 경제기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제 경제기구에 전문가를 파견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장관=최근 장승화 서울대 교수가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으로 선출됐다. 국제기구 진출에 언어 문제가 장애물이었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유학파가 많아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윤만호 KDB산은금융그룹 사장=앞으로 한국 경제가 글로벌 탑5, 탑7으로 올라서는 데 있어 한·중·일·러의 관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도, 거꾸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 장관=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내밀한 부분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로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적 교류다. 임기 중에 한·중 간 교류, 연구 등을 촉진할 수 있는 민·관 기구를 만들 생각이다. 한·중 소사이어티 같은 대규모 민·관 기구를 만들어 교류폭을 넓혀야 한다. 하지만 재원 출연이 쉽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러시아와는 가스관 연결, 철도 등 북한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있어 의미가 크다. 북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진전을 이루고 싶은데 가격 협상이 쉽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정부가 바뀌더라도 계속 진행한다면 한·러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는 독도·과거사 문제 등을 진정시켜 가면서 다시 좋은 관계로 가도록 노력하겠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지금까지의 통상 마찰은 우리 기업이 반덤핑 제소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철강 분야에서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에 편법 수입되면서 우리가 반덤핑을 제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장관=우리 기업도 적극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 디트로이트에 양국 대통령을 모시고 갔다. 현지 GM 공장이 한국의 부평공장에서 소형차 플랫폼을 가져와 생산하고 있었다. 문을 닫을 뻔했던 공장이 한국 소형차를 생산하면서 1800명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동차 본산인 미국에서 한국인이 자동차 생산을 가르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 앞으로 상황은 더 크게 바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반덤핑 제소, 통상 마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외교부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외교부에서 통상 분야를 다른 경제부처로 보내면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스포츠·문화 외교를 강화할 계획은.

▷김 장관=통상교섭본부의 소속은 철저히 국익에 맞게 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와 외교부가 합쳐진 지 10년째로 그간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앞으로는 FTA 교섭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행하는 것도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 달라. 외교부는 문화·스포츠를 포함한 공공외교를 2013년의 신규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와도 협력하겠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일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김 장관=통일부가 ‘통일항아리’를 만들어 민간의 자발적인 모금을 받고 있다. 여러분들도 많이 참여해 달라.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