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마침내 공론화될 수 있을 것인가. 지식경제부가 구성한 사용후 핵연료 정책포럼이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판단, 늦어도 2024년 이전에 중간 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향후 구체적인 정책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사실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이 점점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권마다 뜨거운 감자라며 쉬쉬해 왔던 것이다. 그저 ‘두고 보자’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버틸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를 영구 처분할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로서는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적극 나서려 하지 않았다.

2030년까지 원전의 발전설비 비중을 41%로 끌어올리겠다던 이명박 정부조차 이 문제의 공론화를 기피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두려웠는지 정권 말에 와서야, 그것도 정부가 직접 말을 못하고 포럼을 통해 간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수준이다. 직전의 노무현 정부는 거액의 보조금을 약속하며 경주를 방폐장으로 선정했지만 중저준위폐기물만 가능할 뿐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다음 정부로 떠넘겨버렸다. 정권마다 내 임기 동안은 안 된다는 ‘님트(NIMT · Not In My Term)’ 증후군의 극명한 사례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야 할 것없이 지역마다 위험시설을 결사 반대할 게 뻔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득될 게 없기 때문이다. 내 지역만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 고질적 병폐가 된 지도 오래다. 1986년 방폐장 논의가 시작된 이후 경주를 중저준위 부지로 선정하는 데만 무려 20년이나 걸렸다. 그보다 더한 고준위 폐기물은 오죽하겠는가. 원전 덕분에 싼 전기를 펑펑 쓰면서도 그 뒤처리는 나몰라라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모두가 밥만 먹으려 하면 똥은 누가 치우나. 여당은 눈치만 보고, 야당은 아예 원전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무책임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