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미국 경제를 금융위기로 몰고갔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수준에 육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3일 금융통화위원회 7월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융통화위원은 “국내 DSR(소득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이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불거지기 시작할 당시 미국 가계의 DSR 수준에 근접했다”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DSR은 연간 소득 중 실제로 얼마를 부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에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 DSR은 2007년 3분기 최고치인 14.08%에 이른 후 그해 4분기에도 14.02%로 14%를 웃돌았다. 이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은 직후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은 미 주택시장 붕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DSR은 2010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 3월 말 14%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 20%) 채무자의 DSR은 23%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DSR이 높아진 이유는 소득에 비해 부채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출 기간 중에 이자만 내다가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거치식 대출의 원리금 상환시점이 속속 도래하고 있어 DSR 지표가 급등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