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史 MB노믹스] 강만수·이성태 不通…각각 극비작전
“정말 수고했어. 그냥 있을 수 없지. 술 있으면 한 잔 가져와.”

2008년 10월24일 밤 9시께 중국 베이징의 번화가인 창안대로에 있는 리젠트호텔 스위트룸. 이명박 대통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미국이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결정했다는 통보를 해왔다’는 보고를 받고 술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고, 강 장관은 한·중 재무장관회담을 위해 이틀 전 중국에 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위기는 극복할 수 있어”라고 힘주어 말하고, 위스키 잔을 들었다. 배석했던 박병원 경제수석과 함께 세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모처럼 만에 기분좋게 웃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진 지 정확히 40일째였다.

다음날 낮 중국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일요일인 26일 오전 8시 청와대에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다. 이 총재는 회의에 앞서 박 수석에게 “이 대통령에게 단독 보고할 게 있으니 별도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수석은 “회의장에서 다른 장관들 다 내보내고 따로 만나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대통령이 다른 방으로 갈 때 자연스럽게 따라가시죠”라고 귀띔했다.

회의가 끝나고 이 대통령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자 이 총재가 뒤따랐다. 이 총재의 손에는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가 적어준 메모가 들려 있었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달러,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29일 상정.’ 이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전 베이징에서 강 장관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29일 FOMC 상정’이라는 사실 하나가 더 추가돼 있었다.

당시 재정부와 한은이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성사’라는 똑같은 사안을 이 대통령에게 제각각 보고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체를 두 기관이 서로 알리지 않은 채 다른 루트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됐던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중대 사안을 재정부와 한은이 서로 정보교환도 없이 제각각 은밀하게 추진한 것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성사됐기에 망정이지, 두 기관의 ‘따로따로’ 추진은 자칫 일을 그르칠 뻔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특별취재팀 mbnomic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