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라고 얕잡아 봤는데 하루 250만원 '짭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업] 신설 상권에서 창업하기 "발품 두 배로 팔아야 성공 보인다"
이제는 예비 창업자들이 기존의 대형 상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점포를 구한다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다. 보증금 이상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점포도 많고 자리도 쉽게 나지 않아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새로 개발 중인 상권에 눈을 돌리는 일이 많다.
우선 발전 중인 상권에 입점할 때는 상권의 규모를 살필 필요가 있다. 대략 70개 정도의 매장으로 구성된 상권이라면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조사 작업 중의 하나가 주변 소비자군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개발 중인 상권을 분석해 보면 대다수가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비가 거주지 인근에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때 점포의 가시성은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다. 점포는 소비자가 쉽게 보고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가시성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전면이 좁다든지, 뒤로 조금 들어가 있다든지 해서 가시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 한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 도시개발 사업지구에서 순대국·감자탕 가게를 운영하는 이인이 사장은 남편의 사업이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자 자영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영업 시장은 포화 상태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며 만류했다. 덜컥 겁이 났지만 창업 외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다. 업종은 일단 음식업으로 정했다. 불경기라도 소비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게는 입지에 따라 매출을 좌우한다는 생각에 이 사장 부부는 고민을 거듭했다.
여러 상권을 돌아다녀 봐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고 권리금 문제가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구로구 외곽 지역의 천왕동 택지개발지역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신설 상권이라 권리금도 없었다. 부부는 1년을 두고 유심히 관찰해 봤다. 상권 분석과 시장조사는 직접 발로 뛰었다. 4500여 배후 가구에 30~40대의 가족 외식 인구와 중소형 아파트들이 많아 서민적인 소비성향을 갖고 있었다.
주변에 개별 점포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상권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음식업은 무조건 1층에서 해야 한다는 주변 권고가 있었지만 이 지역 상가 빌딩들에선 2층 이상만 음식업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남구로에서 천왕동으로 이사까지 했다.
2층 94㎡(28평)짜리 매장으로 자리를 정한 이 사장 부부는 고민 끝에 장기적인 불황에 어울리는 서민 음식의 대표 주자인 감자탕과 순댓국을 팔아 보기로 결심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밑반찬이 많지 않아 일손이 적게 들고 김치와 깍두기 맛만 잘 내면 되기 때문이었다.
음식업은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통해 순대국·감자탕을 선택했다. 매장을 열고 보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가족 외식부터 인근 상인, 남녀 가릴 것 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단골손님도 꽤 생겼다. 가장 즐겨 찾는 메뉴는 감자탕(2만 원)과 묵은지 등뼈찜(2만8000원)이다.
종업원 5명(주방 3명, 홀 2명)에 15개 테이블을 갖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평일 하루 230만~25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점포 측의 설명이다. 창업비로 보증금 5000만 원, 임차료 280만 원. 인테리어, 집기시설 1억 원 등 모두 1억5000만 원이 들었다.
이 사장은 “자영업 시장의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창업자가 직접 발로 뛰어 시장조사를 하면 성공에 대한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