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태풍 ‘산바’가 17일 남부 지방에 상륙하면서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강풍과 많은 비를 몰고 온 이번 태풍으로 전국 곳곳에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됐다. 경북 성주군에선 산사태로 한 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채소·과일 주산지인 강원도와 영남 지방을 관통하면서 추석 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배추·단감 산지 직격탄, 추석물가 비상

기상청에 따르면 산바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경남 남해군에 상륙, 영남과 강원도 지방을 관통한 후 밤에 속초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제주에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남부 지방 곳곳에도 300㎜에 가까운 비가 내렸다.

특히 태풍이 강타한 강원도와 영남 등지의 농작물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제수용 과일 중에선 이달 중순 본격 출하가 시작된 단감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서 단감의 평균 경락가는 상품(上品) 10㎏ 상자 기준 3만원 안팎으로, 작년보다 5~10%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 산지인 경남 밀양과 창원 등의 피해가 큰 탓에 수요가 몰리는 추석 즈음엔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유통업계는 전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값 폭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가락시장의 배추 10㎏ 평균 경락가는 보름 전 8000원대에서 이날 1만2079원까지 올랐다. 4000~8000원 선을 오르내렸던 작년 이맘때보다는 두 배가량 높다. 올초부터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해온 배추는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배추 대란’이라 불렸던 2010년 수준으로 수급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종가집 김치’ 생산업체인 대상FNF의 문성준 팀장은 “배추가격 강세가 10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된 이후에도 평년(5년 평균)보다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바람에 특히 약한 잎채소는 이미 가격이 올랐다. 이달 초 고공행진을 벌였던 상추, 오이, 호박, 고추, 파, 피망 등의 가격은 중순 들어 진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산바 상륙이 예고된 지난 주말부터 물량 확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날 가락시장에서 풋고추, 알배기배추, 취청오이, 적상추, 시금치 등의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10~35% 정도 뛰었다. 이는 태풍의 피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인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산~김해 구간 경전철 운행 중단되기도

장현식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의 따뜻한 공기와 상층의 찬 공기가 부딪치면서 많은 비를 뿌리는 비구름이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태풍이 지난달 말 전국에 많은 피해를 입혔던 제15호 태풍 ‘볼라벤’처럼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면서 남부 지방 곳곳엔 초속 30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50만여 가구가 한때 정전됐다. 김포에서 제주를 잇는 국내선 등 총 331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선박도 96개 항로 172척의 발이 묶였다. 부산~김해경전철은 강풍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운행을 한때 중단했다. 태풍으로 경전철 운행이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에선 태화강 상류의 대곡댐, 사연댐, 대암댐 등 3개의 식수·공업용수 댐이 모두 만수위에 달해 물이 넘치면서 하류지역 비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 등 경남지역 조선사들이 잇따라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18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KTX 오송역~세종시 연결도로’ 개통식도 취소됐다.

이번 태풍은 18일 오전께 러시아 연해주 지방까지 진출한 뒤 소멸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18일 낮까지도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풍과 비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강경민/임현우/최만수 기자/전국팀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