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독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서 물건을 계속 팔려면 입장을 확실하게 밝혀라.”

일본에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 국내 식품회사 일본 지사장은 최근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한번도 꺾이지 않았던 이 회사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지난달 처음으로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마시는 식초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A사 관계자도 지난달 현지 매출이 이전보다 3분의 1로 급감, 일본 주문업체로부터 납품 연기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B전자회사는 전기시설 공사계약을 맺었던 일본 대형마트로부터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도쿄에서 만난 국내 기업 주재원들은 “독도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64.7%에 달했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도쿄의 신주쿠, 이케부쿠로 등 번화가의 한국 식당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손님이 뚝 끊겼다.

과거에도 한·일 간 갈등관계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일본인들이 한국의 경쟁력을 ‘한수 밑’으로 여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니, 샤프 등이 삼성, LG에 밀리고 한류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 일본과 같거나 능가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도 기업들에 대한 ‘견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을 본격적인 경쟁상대로 여기다보니 이번 독도문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에 오랫동안 머물러 온 주재원들의 시각이다.

일본에선 분명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만큼 대일관계도 보다 전략적·이성적이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외교가 중요하지 않을까.

최만수 도쿄/생활경제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