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각국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부장관)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창립 25주년 기념 ‘기금운용 국제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과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정부 및 연기금 등 공공부문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에 이어 주제발표를 한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신흥국 시장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위기극복 하려면 투자·수요 늘려야”

서머스 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고, 현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가경제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지출과 과잉투자가 위기를 초래했지만 위기탈출의 해법도 지출과 투자를 늘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 특히 공공부문이 나서 선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은 연금 및 국부펀드 같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모든 투자자들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몰리다 보니 금리가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는 반대로 주식 등 위험자산을 그만큼 매력적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면 경기회복에 기여함과 동시에 적정한 수익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국민연금에는 해외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국민연금도 더 많은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전체 자산의 50% 정도를 해외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는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수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3차 양적완화(모기지 채권 매입)도 “금리가 너무 낮아 그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서머스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과거 위기를 겪은 한국 러시아처럼 남유럽 국가들도 환율 조정을 통해 경쟁력 회복을 꾀해야 하는데 단일 통화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으로 나서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고무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약세장은 투자확대 찬스”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이날 기상여건 악화로 콘퍼런스에 참가하지 못하고 화상연설을 했다. 그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했다. 안정성, 성장성 모두 이머징마켓이 선진시장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국 공공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지만 신흥국가는 3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외환보유액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재정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미래 소비시장을 점칠 수 있는 인구증가도 신흥국에서만 일어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과거 기록을 분석해보면 강세장은 평균 69개월 지속됐고 약세장은 14개월에 그쳤다. 이는 약세장이 투자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