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느끼는 물가 8.2%↑…"생활 어렵다" 80%
한국 국민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연 8.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4배가량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은 최근 높은 물가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7명은 소비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 지수물가 간 괴리가 커 이를 방치할 경우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도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 93% “물가 너무 불안”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성인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물가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3.1%에 달했다.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답은 6.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무응답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유선전화로 진행했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08%다.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불안심리가 약하긴 했지만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도 물가가 불안하다는 응답 비율은 90.0%에 달했다. 성별이나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로 큰 차이 없이 모든 계층에서 90% 전후로 높게 나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불안 심리가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주부 등 특정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8.2%에 달해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4배가량 높았다.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하고, 9월도 2% 내외의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지수와 체감물가 간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적자가구의 체감물가는 8.7%였으며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극빈층은 10.0%에 달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체감물가가 9.7%로 비교적 높았고 주부는 전체 평균보다 낮은 7.6%로 나왔다. 주부는 식료품 등을 자주 구입해 체감물가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대적으로 물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 지수물가 간 괴리가 오히려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의 체감물가가 각각 6.7%, 8.1%인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은 모두 8.9%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의 체감물가가 8.7%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은 7.5%로 가장 낮았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과일(50.0%)을 지목했고 채소(35.4%) 해산물(5.4%) 승용차 연료(4.3%) 등 순이었다.

◆외식부터 먼저 줄여

물가 상승에 대한 저소득층의 부담과 소비 위축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79.1%가 ‘느끼는 편’이라고 답했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과 적자가구는 이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85.4%, 88.8%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71.8%는 최근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 축소 품목으로는 외식비가 33.4%로 가장 많았고 식료품비(28.3%) 의류비(16.5%) 레저·여가·문화비(13.5%) 내구재(4.1%) 등 순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지출을 결정할 때 통계청의 지수물가보다는 스스로 느끼는 체감물가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체감물가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석이 지난 뒤 연말 대선까지 생필품 가격과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강력한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