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전사'…문재인 '신사의 품격'…안철수 '교수님'
정치권에선 패션도 전략이다.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인 대선 활동을 벌이면서 이들의 패션과 스타일 뒤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로빈 기브핸 워싱턴포스트 패션 에디터는 “정치인의 옷차림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했다. 그만큼 패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전사’ 별칭이 붙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멋을 아는 ‘신사의 품격’ 소리를 듣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선생님 같다’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3인3색’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박 후보는 그야말로 단정하다. 남성 경쟁 후보들 사이에서 여성성을 감춘 바지 정장을 선보인다. 평소엔 어두운 계열의 슈트를 즐겨 입지만 후보가 된 이후 청재킷이나 ‘집업 점퍼’ 등 나름대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현재 상징색인 빨간색과 이전의 상징이었던 푸른색 계열을 자주 입는다. 가끔 노란색 보라색 등 원색 계통을 선택해 산뜻하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젊음과 활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의상이 차분한 반면 브로치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착용해 ‘강약’을 조절한다. 핸드백과 구두는 의상과 색상을 맞춰 꼼꼼한 성격을 드러낸다. 대부분 국산 제품이다. 어떤 옷을 입든 헤어스타일은 올림머리를 고집한다. 고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 머리모양은 박 후보가 직접 아침마다 실핀 10여개를 꽂아 완성한다.

문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는 안경과 백발이다. 후보가 된 이후 바꾼 둥근테 안경은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를 풍긴다.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나타나는 강한 인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흰머리를 굳이 염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기고 있다. 인자해 보이면서도 신중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옷은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의 슈트에 흰색 와이셔츠를 즐겨 입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샐러리맨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신 넥타이를 맬 때는 화려한 색이나 스트라이프 패턴을 선택해 열정적인 느낌을 준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땐 붉은색 카디건을 입기도 했다. 당내 경선 때부터 코디네이터를 둘 정도로 패션에 신경쓰는 편이다.

안 후보 하면 떠오르는 건 2 대 8의 복고풍 가르마 헤어스타일이었다. 한쪽 눈썹을 가리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안 후보의 제스처도 대중에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는 출마 선언 이후 무스나 젤 등 스타일링 제품을 발라 머리카락을 넘겼다. 단정한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한두 개 풀어 놓는 ‘교수님’ 패션은 여전하다. 다만 남방을 즐겨입던 과거와는 달리 검은색 톤의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안 후보의 이런 스타일은 기성 정치인과 거리를 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넥타이를 매야 하는 자리에선 블루 컬러를 택한다. 푸른색은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정치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