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없이 3자 구도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야권에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유권자를 위한 대선 가이드’를 주제로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그리고 선택》(자음과모음)을 펴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5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후보 단일화는 서로 지지율이 15%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며 “지금처럼 박빙일 경우엔 각 후보 모두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16%,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는 20% 이상 격차가 벌어졌을 때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일방적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에 참신한 인물이 없어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약점으로는 ‘친노’를 꼽았다. 캠프에 포진한 친노 인사들에게 후보가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민주당 경선이 제대로 운영됐다면 문 후보로서는 상당히 해볼 만했겠지만 그렇지 못해 실망을 안겼다”며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거둔 문 후보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높은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약점으로는 경험 부족과 협소한 인재풀을 들었다. 북한 핵문제 등 중대한 이슈가 생길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는지 미지수인 데다 캠프에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료는 없고 교수들만 포진해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사랑하다가도 조건을 보고 바뀌듯 유권자들도 시간이 갈수록 안 후보를 현실적으로 재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책에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권력 현상인데 우리 국민은 이를 지나치게 도덕적 기준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고양이라 생각하고 키우다가 물리면 다른 호랑이를 데려오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사람만 바꿀 게 아니라 대통령은 호랑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