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갖고 있는 땅 등 모든 자산이 팔려 나가고 책상과 전화기만 남은 빈 껍데기 회사로 전락합니다. 미래 먹거리가 없는 이런 업체를 누가 인수·합병(M&A)하려고 하겠습니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A건설사의 전 사장 K씨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09년 초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초기에는 금융권에서 유동성을 지원해준 데다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유동성 위기가 지속됐고 이 와중에 채권단은 자금 회수의 고삐를 죄어왔다. 부동산 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씨는 “건설사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2009년 대거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상당수는 법정관리 신세로 내몰렸다”며 “올 들어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한 측면이 있는 동시에 사실상 채권단 관리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워크아웃이 법정관리보다는 금융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은행이 건설사의 돈줄을 움켜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등 금융권 부채를 회수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크아웃 기간 중 우량 자산(부동산)이 대부분 처분돼 건설사는 자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후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범양건영 임광토건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또 다른 건설사 C부사장은 “건설사는 안정적인 일감을 수주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워크아웃 상태에서는 신규 수주가 어렵기 때문에 패스트트랙(6개월 내 회생절차 종료) 등으로 조기 정상화가 가능한 법정관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B사 J사장은 주변 건설업체에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J사장은 “워크아웃은 금융권의 합법적인 채무 회수 방법으로 전락했다”며 “생존할 수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보다는 서서히 고사시키는 게 바로 워크아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위주로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될 경우 채권회수에 집착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홀딩스의 경우 채무 1조3000억원 중 담보를 갖고 있는 은행권 채무가 6000억원, 담보가 없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투자자 채무가 6500억원 이상된다”며 “법정관리가 채권을 회수하려는 은행권의 이해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담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의 회생이 쉬운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C등급인 워크아웃은 그나마 공공발주공사나 아파트 도급사업을 공동 참여 형태로 수주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 자체가 부여되지 않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업 자체가 어렵다. 금융회사의 자금 지원이 없어 기존 현장에서 나오는 일부 기성금만으로 운영해야 해 직원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김보형/박수진/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