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재고가 위험수위까지 내려왔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가뭄 등 기상 악화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곡물 생산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2008년 발생했던 세계 식량폭동이 내년에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인용, 2002년 평균 107일이던 세계 식량재고가 올해 74일로 떨어졌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7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 주요 식량 수출국을 강타한 가뭄 때문이다.

아브돌레자 아바시안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년 중 6년 동안 세계는 생산한 것보다 많은 곡물을 소비했다”며 “식량재고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AO에 따르면 2008년 25개국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을 때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7.5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약 8달러까지 뛰었다. 밀 등 다른 주요 곡물 가격도 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 올해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곡물 생산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FAO는 “현재 세계 8억7000만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있다”며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은 앞으로 20년 내 세계 식량 가격이 2배 이상 오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수년간의 흐름을 봤을 때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어 정상적인 기후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식량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석유보다 식량 생산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