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큰 특징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슬픔 때문에 쏟아지는 눈물은 막을 수 없다. 양파를 깔 때도 눈물이 흐른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먼지 등이 닿지 않도록 쉴새없이 분비되는 눈물은 느낌도 없다. 크게 웃거나 하품 할 때 얼굴 근육이 눈물샘을 자극해 흐르는 눈물 역시 어쩌질 못한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항상 우리 눈을 적시고 있고, 때론 폭포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게 눈물이다.

눈물의 구조는 복잡하다. 얇은 지방층과 점액층이 이중으로 물을 감싸고 있다.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퍼지지 않고 한곳에 모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눈물은 물과 염분 외에도 단백질 면역글로불린 등이 함유돼 있다. 사람들은 평균 6초에 한번씩 눈을 깜박이고 이때마다 조금씩 눈물이 나온다. 시간당 0.1㎖ 정도의 양이다. 슬프거나 분노할 때처럼 급격한 감정변화에서 비롯되는 소위 ‘정서적 눈물’은 평상시 눈물과는 농도와 성분이 다르다. 화가 났을 때 나오는 눈물은 평소보다 더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슬플 때의 눈물엔 단백질이 20%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격한 감정을 일으키는 스트레스가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화학자 프레이 2세는 눈물이 이물질을 몸밖으로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한 것은 쓸데 없이 생긴 화학물질을 몸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평소 눈물이 분비되는 것으로 따지면 의외로 남자가 더 많은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내보내는 꽈리세포의 크기가 여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과 관련된 눈물은 좀 다르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인 마이클 로이젠은 스트레스 때문에 증가하는 호르몬 중 눈물과 관련 있는 프로락틴의 혈중농도는 여자가 남자보다 60% 높다고 밝혔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봐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운다고 한다. 역시 눈물은 여자의 무기인 모양이다.

눈물은 나약함을 상징해왔다. 남자와 눈물은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태어났을 때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할 때만 울 수 있는 것이 남자라고 했을 정도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난 뒤 10분간 일어나지 못하고 울었다는 소식이다. 4성 장군인 박성규 제1야전군사령관도 국정감사에서 울먹였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에, 박 장군은 손가락질 받는 병사들이 안쓰러워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지도자라면, 더구나 공개된 자리에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두 사람에겐 평소에 울 일이 별로 없었나 보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