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경제민주화로만 풀려 하다간 더 큰 갈등을 부를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나와 있는 시장논리를 기반으로 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성급한 경제민주화가 성장을 가로막고,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재계의 싱크탱크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서울 S타워에서 연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토론회에서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구조적 모순인 산업·계층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런데 정치권이 대증적 ‘경제민주화’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오히려 성장의 축인 ‘기업 때리기’로 풀려 한다는 얘기다. 그는 “‘빈곤층 문제는 소수 부유층 때문이고 중소기업의 성장 정체는 대기업 횡포 때문이며 골목상권의 몰락은 대형 유통업체 때문’이란 정치권의 접근 방법으로는 구조적 모순을 올바르게 해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규정이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더 근본적인 규정인 헌법 제37조 2항의 기본권 제한 법률 유보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즉 ‘목적과 수단도 정당한 경우에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석훈 한경원 선임연구원은 “경제민주화는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시장논리에 기반을 두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그래야 경제민주화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새삼스럽게 헌법 제119조 2항을 거론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나라는 직접세와 중소기업 보호정책, 재벌정책 등 강력한 대기업 규제를 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은 하나의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는 기업에 대해 ‘시장 집중’과 관련해 규제하는 반면, 한국은 특이하게도 기업 규모가 큰 ‘일반 집중’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 연속 토론회의 두 번째 행사였다. 첫 번째 토론회는 지난 11일 ‘학문적 관점에서의 경제민주화 제대로 알기’를 주제로 열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