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소리를 인식해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통역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구글의 한·영 자동통역 기술보다 인식률과 정확성 등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관광 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융합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도 포기했던 기술

지식경제부는 17일 한국어와 영어를 자동통역해주는 스마트폰 앱 ‘지니톡(GenieTalk)’을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4년여에 걸쳐 지경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과제로 개발한 지니톡은 음성 인식을 통한 영어 자동번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동번역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국어와 영어 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게 ETRI 측의 설명이다. 한국어 27만단어, 영어 6만5000단어를 인식해 양방향 통역을 지원한다. 중앙 서버와의 통신을 통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번역 시간도 2~3초 정도에 불과하다. 2008년 개발 초기 참여했던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자체 개발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포기했던 기술이다. 박상규 ETRI 자동통역연구센터장은 “지니톡은 통역률이 80%를 상회하는 등 구글의 자동통역 기술보다 한국어 인식률과 통역 정확성에서 앞서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데이터요금 걱정 없이 사용

실제 사용해본 결과 ‘학여울역’ ‘녹사평역’ 등 발음이 까다로운 지명은 물론 ‘맵지 않게 해주세요’ ‘싸게 해주세요’ 등 일상 관광에서 흔히 사용할 수 있는 관용어구(표준어 발음 기준)는 100% 가까운 인식률을 보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서 지니톡을 내려받아 사용하거나 거꾸로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중앙 서버와의 통신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로밍 요금이 걱정될 경우에는 1GB(기가바이트) 용량의 단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미리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사용하면 요금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지니톡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많이 검색되는 단어, 번역 오류 비율 등을 통계로 내 그때그때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박 센터장은 “지니톡 서비스는 ‘빅 데이터’ 기술을 통해 수십만, 수백만명의 사용자가 계속 늘어날수록 번역의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일본어 등으로 확대

ETRI는 일단 영어 번역을 시작한 후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까지 일본·중국어를,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는 스페인·독일·러시아·불어 등 총 6개 국어의 자동통역 기술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니톡을 사용하기 원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지니톡’ 또는 ‘genietalk’를 검색해 무료로 내려받으면 된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중국 등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 여행할 경우 우리 국민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