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이 ‘재벌개혁’을 위해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를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기금을 통해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집단을 견제하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을 개발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행복추진위 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진위 산하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 중이며 정리가 되면 김종인 위원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가 박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친박(친박근혜)계 김재원 의원도 지난 6월과 7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기금운용위를 독립시키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이상직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금운용위 독립은 명시하지 않은 대신 운용위 산하에 주주권행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관계부처 장관을 운용위 위원에 앉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지난 14일 ‘재벌개혁’ 7대 과제를 제시하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소수 주주를 보호하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벌 총수 일가가 부당거래를 한다면 연기금은 주주로서 마땅히 수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감시는 국회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는 과거에도 대기업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여러 차례 제기됐던 이슈다. 2011년 초에는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대기업이 거대한 권력 조직이 됐고 누구도 견제 못할 정도로 세졌다”며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대기업에 대한 주식보유 비율이 더욱 높아져 대다수 민간기업들이 국민연금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연금사회주의 도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삼성전자(6.59%) LG전자(6.16%) SK텔레콤(5.05%) 대한항공(9.80%) 등 169곳에 달한다.

이태훈/허란/이현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