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0년 삼성전자에 막대한 특허료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특허를 상호 교환하면 자사 로열티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법률전문사이트 그로클로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삼성-애플 특허사용 허가 논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2010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한 대당 30달러, 태블릿PC 한 대당 40달러의 사용료를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자사 표준특허를 사용한 대가로 요구한 특허료(스마트폰 한 대당 6달러)의 5~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에 “특허 상호 교환에 합의하면 자사 특허 사용료의 20%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애플이 요구한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대당 특허 사용료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으나 할인 제안 등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애플은 이 밖에 자사의 허가를 받은 운영체제(OS)가 깔려 있는 모바일 기기는 40%, 자사의 허가를 받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20%, 디자인 등 자사 핵심특허 10개를 침해하지 않으면 20%의 추가 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애플의 요구를 그대로 삼성전자 제품에 적용하면 삼성 스마트폰 ‘블랙잭2’는 80%의 할인을 받는다. 이 제품은 애플의 라이선스를 받은 윈도 모바일 OS를 채택했고, 쿼티 자판을 달아 아이폰과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OS와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갤럭시S와 갤럭시탭은 20% 할인만 받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블랙잭2의 애플 특허 사용료는 6달러, 갤럭시S와 갤럭시탭은 각각 24달러와 32달러가 된다. 애플은 이런 계산법으로 2010년 삼성전자에 25만달러(2억7600만원)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했다.

그로클로는 “애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표준특허와 애플의 ‘사실상 표준특허’의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표준특허라는 이유로 로열티를 많이 받는 것이 제한돼야 한다면 애플의 특허도 표준특허가 아니냐는 얘기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