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3일 오후 2시 17분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바꿔 금융위원회와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새 정부에 의해 이 방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지만 대선 후보들이 금융감독기구 개편 공약을 내걸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감원은 이에 반발하며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 대응에 나서 금융감독기구 재편 논란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금감원의 공(公)조직화 및 슬림화

2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최근 정순섭 서울대 금융법센터 교수팀에서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 용역은 지난해 5월 총리실 내에 한시적으로 설치된 금융감독혁신TF가 발주했다.

보고서에서는 크게 △금감원 직원의 공무원화 △금감원과 금융위 통합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형식상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공(公)조직으로 전환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검사와 조사에 대한 권한을 확대시킨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 직원들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바꿔 금융위에 통합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또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원으로 독립시키자는 내용도 담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조직 개편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 세미나’를 열고 공무원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 12년 검토 사항 이번엔?

금감원 직원의 공무원화는 1999년 금감원이 설립된 이후부터 줄곧 제기돼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기획재정부(당시 기획예산처)는 2000년 “금감원을 공조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2004년엔 감사원이 금감원 직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금감원 반발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감원 개혁의 목소리가 다른 어느 때보다 커 어떤 식으로든 금융감독기구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총리실 금융감독혁신 TF의 권고로 지난 5월 금감원 내에 준(準)독립기구로 설치됐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금감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감원은 당초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립하면서 인력 120여명을 배치키로 했지만 현재 100여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 전체 인력(1680명)의 6% 수준이다.

◆“1700명 어떻게 공무원 전환하나”

금감원은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영제 부원장보를 팀장으로 내부에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TFT까지 구성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17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를 모두 공무원으로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할 경우 추가로 1조원의 비용이 든다는 내부 검토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신분이 공무원으로 바뀔 경우 임금이 삭감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정사업본부처럼 공기업과 같은 인센티브를 도입할 경우 받아들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도원/류시훈/조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