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두달 연속 양적완화…채권매입기금 또 늘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개월 연속 채권매입기금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놨다. 경기를 부양하고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책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일본은행은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등을 사들이기 위해 조성한 채권매입기금 규모를 80조엔에서 91조엔으로 11조엔 늘리기로 결정했다. 채권매입기금은 2010년 10월 35조엔 규모로 조성된 이후 이번까지 총 7차례 증액됐다.

올 들어서도 2월과 4월에 각각 10조엔과 5조엔 증가했고, 지난달에도 10조엔 늘었다. 일본은행이 2개월 연속으로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은 2003년 4~5월 이후 9년5개월 만이다.

늘어난 기금은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국채와 회사채 등을 사들이는 데 쓰인다. 시중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산이다.

세부적인 매입 내역은 △장기 국채(5조엔) △단기 국채(5조엔) △상장지수펀드(ETF·5000억엔) △회사채(3000억엔) △기업어음(1000억엔) △부동산투자신탁(REIT·100억엔) 등이다. 금리가 제로(0) 수준에 도달해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채권 매입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물가가 오르는 효과도 나타난다. 일본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0.3% 하락했고,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부양에 대한 다급함은 일본은행이 잇달아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배경이다.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마저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 발표한 9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4.1%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나친 엔고(高)를 막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응하겠다는 목적이다. 미국 달러와 유로화 공급량이 증가해 이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양적완화책은 일본 정부와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는 20조엔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장중 내내 오름세를 보이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양적완화 규모가 발표된 이후 곧바로 마이너스로 반전됐고, 엔화 가치도 소폭 상승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