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안정된 지배구조에 힘입어 반도체 업계 선두 삼성전자, 일본 도시바와의 기술 격차를 급격히 좁히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최대 9개월 이상 벌어졌던 미세공정기술 격차를 3개월가량으로 따라잡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SK에 인수된 뒤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등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미세공정 격차 9개월→3개월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양산에 들어간 29나노 D램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전체 D램 생산량 중 29나노 비중은 연말 20%를 넘게 된다. 낸드는 20나노 제품 비중이 70%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D램 28나노, 낸드 21나노 제품을 주력으로 양산 중이며, 낸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는 19나노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미세공정 기술을 삼성과 비교하면 낸드는 차이가 거의 없고, D램은 3~6개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8나노 공정을 개발할 때 셀(기억의 기본단위) 크기를 줄이려다 수율(원료 투입량 대비 제품 비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두권과의 격차가 9개월 이상 벌어졌다. 이 때문에 권오철 사장은 올초 “D램 30나노급 미세공정 전환 확대와 20나노급 진입이 주요 과제”라고 독려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8나노 양산 때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29나노에선 순항하고 있다”며 “20나노 중반 연구·개발(R&D)도 순조롭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격차를 좁힌 데는 적극적 투자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올초 SK그룹에 인수된 뒤 올해 에만 4조원을 투자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데다 이 회사 출신인 권 사장이 연임하며 연구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여기에 삼성전자 도시바 등은 10나노대 벽에 막혀 있다. 집적도가 높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D램 10나노대 개발 계획을 22나노 개발로 수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시황이 악화돼 (빠른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이 미세화하면 칩 크기가 줄면서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수가 늘어난다.

◆모바일 매출 급증

SK하이닉스는 모바일 분야가 약점이었다. 모바일 D램 수요가 2016년까지 연평균 47.5% 성장(시장조사업체 IDC)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채권단 관리 아래에 놓여 있어서 관련 투자에 신속하게 나서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SK그룹 편입 뒤 달라졌다. D램 매출에서 모바일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22%에서 3분기 33%로 높아졌다. 4분기엔 40%대 중반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빠르게 20나노대로 전환한 덕분이다. 모바일 제품은 저전력이 필수적인데, 미세공정 적용으로 칩의 회로폭을 좁히면 소비전력량도 줄어서다.

낸드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 6월 297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컨트롤러 전문사인 LAMD 인수 효과가 작용했다. 모바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들어가는 낸드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컨트롤러칩을 붙여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하이닉스는 그동안 기술이 없어 컨트롤러를 외부에서 조달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취약했던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해 솔루션 제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김현석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