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서울 ‘고덕·강일 보금자리지구’ 내 폐기물처리시설과 열공급설비가 들어설 부지를 사업지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5월 보금자리지구 발표 당시 사업지구에 포함돼 시설 현대화 및 설비 증설을 추진키로 했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연말 개발 계획안 최종 수립을 앞두고 해당 부지를 빼기로 한 것이다. 해당 부지가 지금 상태로 방치되면 혐오시설 옆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데다 열공급 용량도 부족해 향후 1만여가구의 입주민들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동구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국토부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고덕·강일지구 개발구상안 가운데 변경하려는 내용은 △폐기물 처리시설 및 열공급 설비, 고덕천 부지 등을 사업지구에서 제외하고 △강동구가 조성 중인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를 사업지구 안으로 이전하는 등 크게 두 가지다. 이와 관련,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19일 서울시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토부가 주민 간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변경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동구는 보금자리지구 개발에 따라 혐오시설인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 국토부가 이를 수용했었다. 이 구청장은 “폐기물 처리시설 현대화 작업은 5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해당 시설이 사업부지에서 빠지면 강동구가 시설 현대화 사업을 다 떠안아야 하는데 자치구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토부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구는 열 공급 시설을 지구에서 제외할 경우 증설 계획과 인·허가 절차가 늦어져 입주민들이 용량 부족에 따른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도 보금자리와 무관한 지구인 데다 지식경제부와 추진 중인 국가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국토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그린벨트 훼손 최소화해야”

이명섭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최소한의 그린벨트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일부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폐기물 처리시설과 열공급 설비는 이미 그린벨트 내 조성이 가능하므로 추가로 해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기반시설 비용 문제는 지구계획 수립 이전 단계인 만큼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엔지니어링복합단지를 기존 상일IC가 아닌 보금자리지구 내로 이전하는 것 역시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린벨트를 훼손해가며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강행한 국토부가 그린벨트 훼손을 우려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을 사업지구에서 제외하겠다는 논리를 어떻게 납득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인·허가도 변수

국토부와 강동구가 보금자리지구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함에 따라 당초 2016년 말로 예정된 준공일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덕·강일지구는 오는 22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이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연말께 개발 계획안이 최종 수립될 예정이다.

강동구의 반발로 국토부의 구상안이 모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개발계획안 수립권자는 국토부 장관이지만, 향후 사업 인·허가는 서울시장 권한이어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정선/김보형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