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23)는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최근 휴학계를 냈다.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한 달에 겨우 100만원을 넘는다. 김씨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한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는 싸고 많이 주는 곳을 찾는다. 김씨는 “친구와 술이라도 마시면 돈을 못내거나 적게 내는 등 ‘밉상 짓’을 해 친구들과도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청년 구직자·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청년층 저임금 근로자의 가계부를 조사해 22일 발표했다. 20~35세 근로자 20명에게 두 달 동안 가계부를 쓰게 한 뒤 이를 취합해 평균을 냈다. 소득이 최저임금의 120% 이하인 사람을 통상 ‘저임금 근로자’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저임금 청년층이 약 100만명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사 결과 저임금 청년층은 수입의 80% 이상을 필수 지출 등 생활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수입은 119만515원이었고 이 가운데 식비, 교통비 등 필수 지출에 60만5939원(50.9%)을 썼다. 의류비, 통신비 등 필수 지출에 준하는 소비에는 13만7476원(11.5%)이 들었다. ‘기타 상품 서비스’에는 25만2558원(21.2%)이 들었는데 학자금대출 상환액이 대부분이었다. 필수·준필수·기타 상품 지출을 모두 합치면 99만5973원으로 평균 수입의 83.7%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문화생활 등 비필수 지출에 쓰는 돈은 매우 미미했다. 오락·문화에 쓰는 돈은 3만2061원(2.7%)이었다. 병원 약국 등을 이용하는 데 쓴 보건 관련 지출은 4306원으로 평균 수입의 0.4%에 불과했다. 대학생 사교육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들은 교육비로 2만3244원(2%)만 쓰고 있어 미래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청년층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원활히 진입하고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