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합병 후, 직원에게 社名 물었을 때 예전 이름 튀어나오면 실패한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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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시아니 타워스왓슨 글로벌M&A 대표
'감춰진 조항'을 조심하라
브리티시텔레콤은 퇴직후에도 연금 지급…직원은 4만여명인데 퇴직자는 34만명
뒤늦게 숨겨진 비용 알고 M&A 불발
M&A로 회사 커지면 애사심도 커진다?
아시아 기업 직원들은 회사 규모만큼 개인 위상도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서구기업 직원은 '자신의 입지' 더 걱정
'감춰진 조항'을 조심하라
브리티시텔레콤은 퇴직후에도 연금 지급…직원은 4만여명인데 퇴직자는 34만명
뒤늦게 숨겨진 비용 알고 M&A 불발
M&A로 회사 커지면 애사심도 커진다?
아시아 기업 직원들은 회사 규모만큼 개인 위상도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서구기업 직원은 '자신의 입지' 더 걱정
“인수·합병(M&A)이 성공했는지 궁금한가. 직원들에게 다가가 모르는 척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물어보라. 합병 후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들이 예전 회사를 소속사로 소개한다면 그 M&A는 실패한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메리 시아니 글로벌M&A 대표가 전한 기업 M&A의 성패 판별법이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사람과 문화의 융합 여부다. 물리적 합병 자체보단 두 기업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율하고, 인재를 얼마나 끌어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것이다.
시아니 대표는 27일 서울 신문로에 있는 타워스왓슨코리아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들은 회사부터 일단 합쳐 놓고, 문화와 인재관리 영역은 나중에 맞춰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라며 “M&A를 계획할 때부터 인적·문화적 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업체 인수 때 부딪히는 난관이 있다면.
“인수하려는 기업의 문화가 한국과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서구엔 독특한 직원 연금 시스템이 있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에게도 연금을 줘야 한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의 현재 직원은 4만5000여명이지만 연금 대상자는 34만명이나 된다. 이 같은 차이를 모르고 무작정 기업을 사들이려다 중간에 손해를 보고 거래를 깨는 경우가 생긴다. 임금이 낮은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옮겼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복리후생 비용이 늘어 다시 돌아온 업체도 있다. 한국의 연공서열 문화 때문에 해외 인력들이 회사를 나가기도 한다. 환경이 국가마다 다른데 한국 방식만 생각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다.”
▶동서양 기업문화가 다른 것도 영향이 있나.
“그렇다. M&A 직후 직원 몰입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투입하는 에너지 정도)를 측정해보면 아시아 기업의 직원들은 몰입도가 오르는 데 반해 미국은 떨어진다. 유럽은 그 중간이다. 동서양 간 차이 때문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아시아인들은 M&A로 회사 규모가 커지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자신의 위상도 올라간다고 여긴다. 반면 서양인들은 상황 변화로 불안해진 개인의 위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직원들을 격려할 때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아시아 직원들에겐 ‘우리가 함께 어떤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강조하면 된다. 그러나 서구 기업에선 ‘회사가 직원 개인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 간 M&A에도 어려움은 있을 것 같다.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도 문화 차이는 생긴다. 한 대기업이 어떤 소규모 업체의 혁신적 문화를 높이 평가해 그 업체를 사들였다고 하자. 그러나 시스템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쪽 문화는 사장되기 일쑤다. 대기업의 관료주의가 혁신을 좀먹는 것이다. 결국 혁신 기업의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주로 제약업이나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언제부터 인재·문화 융합을 고민해야 하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기업들은 합병을 결정한 후에야 인재관리 및 문화통합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약점이 있다. 인수가격 등 거래조건은 M&A의 핵심 요소로 여기면서도 인적자원과 조직문화 부분엔 소홀하다. 회사 간 문화 차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막연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합병 결정 전부터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찍 시작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기업들은 61%가 거래 종결 후에야 인재 파악에 들어가지만 글로벌 전체 기업의 68%는 그 이전에 검토를 끝낸다.”
▶본받을 만한 기업이 있을까.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를 보라. 시스코의 M&A 원칙은 자신과 문화 차이가 큰 업체는 절대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가치가 높더라도 인수를 포기한다. 하드웨어적 통합보다 인재와 문화를 융합시키는 소프트웨어적 통합이 더 중요하단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적 통합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소개해달라.
“절대적인 법칙이나 정답은 없다. 인수 목적과 업계 특성, 회사 규모 등에 따라 전략도 달라진다. 다만 회사의 글로벌 역량은 키워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조직이 변화하는 시기에 방향성을 제시할 글로벌 리더를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재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서구식 성과급 체제가 글로벌 시스템이 된 상태인데 아시아 기업들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미국 임원들의 총 인센티브 중 성과급 비율은 70%인데 한국은 30%밖에 안 된다. 연공서열 중심으로 끌고 온 조직문화가 변해야 글로벌 인재도 데려올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M&A에 소극적이란 얘기도 있다.
“경험이 부족해 겁을 먹는 것이다. M&A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문화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시아권 업체를 인수하는 것부터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리스크가 낮은 소규모 M&A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작고 익숙한 것부터 접하면서 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아라.”
▶경기 침체기인데 글로벌 M&A시장 상황은.
“비핵심 자산 매각이 전 세계 트렌드다. 불황엔 현금이 많은 기업들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유럽에선 가격이 떨어진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승자의 저주(M&A에 성공했지만 과도한 비용을 치른 탓에 오히려 인수하는 기업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단 사실이다. 경기가 좋을 땐 실수가 있어도 극복할 여유가 있지만 경기 침체기엔 그렇지 않다.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도 최근 부실기업을 잘못 인수하는 바람에 88억달러(약 9조5000억원)의 비용을 떠안았다.”
▶HP의 M&A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법론적으론 실사에 문제가 있었겠지만 본질적으론 HP가 인수한 소프트웨어업체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업이 아닌 부문을 사들일 때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 사업이 기존의 핵심 사업영역과 수평적·수직적 구도에서 잘 맞는지, 경쟁 구도는 어떤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인수가격이 낮다고, 유행이라고 따라 사는 것은 위험하다. 실사 내용도 트렌드와 선호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포천 500대 기업' 75%가 타워스왓슨社 컨설팅 고객
인적자원관리(HR) 분야의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다. 1878년 설립된 영국 회계법인 왓슨즈앤드선즈가 전신이다. 2010년 1월 미국의 대형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과 왓슨와이어트가 합병, 타워스왓슨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 37개국에 1만4000명이 넘는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천 500대 기업의 75%가 타워스왓슨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 기업 중 83%도 이 회사 고객이다. 세계 300대 연금펀드들도 타워스왓슨을 컨설팅사로 가장 많이 택했다. 경영 전략 등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인수·합병(M&A) 시 기업문화 통합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컨설팅으로 더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메리 시아니 글로벌M&A 대표가 전한 기업 M&A의 성패 판별법이다.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 간 사람과 문화의 융합 여부다. 물리적 합병 자체보단 두 기업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율하고, 인재를 얼마나 끌어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것이다.
시아니 대표는 27일 서울 신문로에 있는 타워스왓슨코리아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들은 회사부터 일단 합쳐 놓고, 문화와 인재관리 영역은 나중에 맞춰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라며 “M&A를 계획할 때부터 인적·문화적 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업체 인수 때 부딪히는 난관이 있다면.
“인수하려는 기업의 문화가 한국과 다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서구엔 독특한 직원 연금 시스템이 있다. 회사를 그만둔 직원에게도 연금을 줘야 한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의 현재 직원은 4만5000여명이지만 연금 대상자는 34만명이나 된다. 이 같은 차이를 모르고 무작정 기업을 사들이려다 중간에 손해를 보고 거래를 깨는 경우가 생긴다. 임금이 낮은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옮겼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복리후생 비용이 늘어 다시 돌아온 업체도 있다. 한국의 연공서열 문화 때문에 해외 인력들이 회사를 나가기도 한다. 환경이 국가마다 다른데 한국 방식만 생각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다.”
▶동서양 기업문화가 다른 것도 영향이 있나.
“그렇다. M&A 직후 직원 몰입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투입하는 에너지 정도)를 측정해보면 아시아 기업의 직원들은 몰입도가 오르는 데 반해 미국은 떨어진다. 유럽은 그 중간이다. 동서양 간 차이 때문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아시아인들은 M&A로 회사 규모가 커지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자신의 위상도 올라간다고 여긴다. 반면 서양인들은 상황 변화로 불안해진 개인의 위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직원들을 격려할 때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아시아 직원들에겐 ‘우리가 함께 어떤 회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강조하면 된다. 그러나 서구 기업에선 ‘회사가 직원 개인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 간 M&A에도 어려움은 있을 것 같다.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도 문화 차이는 생긴다. 한 대기업이 어떤 소규모 업체의 혁신적 문화를 높이 평가해 그 업체를 사들였다고 하자. 그러나 시스템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쪽 문화는 사장되기 일쑤다. 대기업의 관료주의가 혁신을 좀먹는 것이다. 결국 혁신 기업의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게 된다. 주로 제약업이나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언제부터 인재·문화 융합을 고민해야 하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기업들은 합병을 결정한 후에야 인재관리 및 문화통합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약점이 있다. 인수가격 등 거래조건은 M&A의 핵심 요소로 여기면서도 인적자원과 조직문화 부분엔 소홀하다. 회사 간 문화 차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막연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합병 결정 전부터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일찍 시작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기업들은 61%가 거래 종결 후에야 인재 파악에 들어가지만 글로벌 전체 기업의 68%는 그 이전에 검토를 끝낸다.”
▶본받을 만한 기업이 있을까.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를 보라. 시스코의 M&A 원칙은 자신과 문화 차이가 큰 업체는 절대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업가치가 높더라도 인수를 포기한다. 하드웨어적 통합보다 인재와 문화를 융합시키는 소프트웨어적 통합이 더 중요하단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적 통합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소개해달라.
“절대적인 법칙이나 정답은 없다. 인수 목적과 업계 특성, 회사 규모 등에 따라 전략도 달라진다. 다만 회사의 글로벌 역량은 키워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조직이 변화하는 시기에 방향성을 제시할 글로벌 리더를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재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서구식 성과급 체제가 글로벌 시스템이 된 상태인데 아시아 기업들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 미국 임원들의 총 인센티브 중 성과급 비율은 70%인데 한국은 30%밖에 안 된다. 연공서열 중심으로 끌고 온 조직문화가 변해야 글로벌 인재도 데려올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M&A에 소극적이란 얘기도 있다.
“경험이 부족해 겁을 먹는 것이다. M&A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문화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시아권 업체를 인수하는 것부터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리스크가 낮은 소규모 M&A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작고 익숙한 것부터 접하면서 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아라.”
▶경기 침체기인데 글로벌 M&A시장 상황은.
“비핵심 자산 매각이 전 세계 트렌드다. 불황엔 현금이 많은 기업들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유럽에선 가격이 떨어진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승자의 저주(M&A에 성공했지만 과도한 비용을 치른 탓에 오히려 인수하는 기업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단 사실이다. 경기가 좋을 땐 실수가 있어도 극복할 여유가 있지만 경기 침체기엔 그렇지 않다.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도 최근 부실기업을 잘못 인수하는 바람에 88억달러(약 9조5000억원)의 비용을 떠안았다.”
▶HP의 M&A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법론적으론 실사에 문제가 있었겠지만 본질적으론 HP가 인수한 소프트웨어업체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업이 아닌 부문을 사들일 때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 사업이 기존의 핵심 사업영역과 수평적·수직적 구도에서 잘 맞는지, 경쟁 구도는 어떤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인수가격이 낮다고, 유행이라고 따라 사는 것은 위험하다. 실사 내용도 트렌드와 선호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포천 500대 기업' 75%가 타워스왓슨社 컨설팅 고객
인적자원관리(HR) 분야의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다. 1878년 설립된 영국 회계법인 왓슨즈앤드선즈가 전신이다. 2010년 1월 미국의 대형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과 왓슨와이어트가 합병, 타워스왓슨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 37개국에 1만4000명이 넘는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천 500대 기업의 75%가 타워스왓슨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 기업 중 83%도 이 회사 고객이다. 세계 300대 연금펀드들도 타워스왓슨을 컨설팅사로 가장 많이 택했다. 경영 전략 등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인수·합병(M&A) 시 기업문화 통합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컨설팅으로 더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