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아직 갈 길 멀다"…초일류 기업 3대 목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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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5주년…36만 전세계 임직원에 '감사' 이메일
(1) 어떤 난관도 극복, 부단히 성장
(2) 늘 활력 샘솟는 창의적 문화
(3)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자
(1) 어떤 난관도 극복, 부단히 성장
(2) 늘 활력 샘솟는 창의적 문화
(3)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자
임직원들이 “Thanks 25(취임 25주년을 축하합니다)”를 외치는 영상이 끝나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눈시울은 촉촉해졌다. 30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에서다.
이 회장은 25년 전인 1987년 12월1일 같은 장소인 호암아트홀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회장직에 올랐다. 25년이 지난 올해 매출은 39배가 늘었고, 지난 9월에는 글로벌 9위 브랜드에 선정됐다.
◆“새로운 내일, 위대한 도전” 주문
삼성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칩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글로벌 1위 제품들은 2위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의 신경영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회장은 기념사에서 “25년간 신경영에 동참해 준 임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장과 창의를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내일’ ‘위대한 도전’ 등의 단어를 써가며 삼성이 꿈꾸는 초일류 기업은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부단히 성장하는 기업’ ‘늘 활력이 샘솟는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제시했다. 삼성은 애플발(發) ‘스마트 혁명’으로 2009~2010년 위기에 빠졌다가 지난해부터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 아직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급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 속에 창의적·혁신적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며 “삼성은 성장을 위해 워크스마트(자율근무), 신나는 일터 등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 주주는 물론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을 강조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올초 신년사에서 “국민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 것과 통한다.
삼성이 25년간 질주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사회 일부의 시각은 여전히 따뜻하지 못하다는 점을 의식한 주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민주화 요구 속에서 앞으로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4~5일께 발표될 삼성의 사장단 인사에는 이 같은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25주년 기념식 조촐한 내부 행사로
이달 초만 해도 기념식 행사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삼성을 보는 외부 시선이 따가워서다. 이에 따라 행사는 철저히 내부용으로 기획했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외빈도 초청하지 않았다.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와 가족,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등 550여명만 초청했다. 축하공연도 임직원으로 구성된 삼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한우리 합창단이 맡았다.
외부 참여는 영상 메시지뿐이었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이 회장 취임 25주년을 축하하고 눈부신 성과를 이어가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가마타 가오루 일본 와세다대 총장 등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행사장 밖에선 이 회장의 모습을 담은 조그만 사진전이 열렸다. ‘조용한 아이, 세상과 만나다’와 ‘신화를 창조하다’ ‘더불어 함께하다’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 회장의 어린시절 모습부터 시작해 회장이 된 이후 버즈두바이를 방문하고 어린이집 개소식에 참석하는 광경 등을 공개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전 세계 35만7000명의 삼성 임직원에게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 회장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가지 언어로 작성된 메일에서 이 회장은 “역사에 남을 초일류기업을 만든 주인공으로 기억되자”고 격려했다.
김현석/정인설/강영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