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모델을 늘려 내수침체를 극복하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영진에 내수 판매량 회복을 위한 ‘특명’을 내렸다.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 라인업에 디젤 모델을 추가해 고객 타깃층을 넓히라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연비가 좋고, 유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디젤 라인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지난주 임원회의에서 “국내에서도 디젤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이 시장을 잡아야 한다”며 “디젤 신차 출시는 물론 유럽에만 판매하고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은 디젤 모델들의 판매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모두 디젤 모델이지만 승용차는 디젤 모델이 4종에 불과하다. 현대차 ‘엑센트’와 준중형 해치백 ‘i30’, 중형 왜건 ‘i40’와 기아차 ‘쏘울’ 정도다. 이에 기아차는 2009년 국내에서 단종시켰던 소형차 프라이드 디젤 모델을 3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 모델에는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5㎏·m의 1.4ℓ 디젤 터보 U엔진이 탑재된다. 현재 유럽에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기준에 맞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내년에 출시되는 신형 카렌스도 단종된 디젤 모델을 부활시켜 이를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짤 계획이다. 카렌스에는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26.5㎏·m의 성능을 갖춘 1.7ℓ U2 VGT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현대·기아차의 디젤 승용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디젤 모델 부활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10월까지 총 2만937대의 디젤 승용차 판매량(SUV 제외)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의 5291대, 지난해의 5683대보다 네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종은 오히려 예전보다 감소했음에도 디젤 승용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디젤 모델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센트의 디젤 모델 비중은 지난해 17.0%에서 두 배가량 늘어났고 i30와 i40는 가솔린보다 디젤 판매량 비중이 더 높다.

현대차는 중대형 세단에 디젤 라인업을 갖춰 수입차 공세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대형 세단 중 상당수가 디젤 모델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후속 모델이 출시되는 대형 세단 제네시스에 3.0ℓ R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