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공청사, 지하철 역사 등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공공기관이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들까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5일 발표했다. 시는 우선 이들을 ‘준공무직’으로 직접고용한 후 2015년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도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 “예산절감 효과 있다”

서울시 지하철 청소원 정규직 된다
시는 6231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와 정치권에선 무기계약직을 실제로는 정규직과 동일 개념으로 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소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민간용역업체에 지불하는 이윤·부가세 등 경비를 줄 필요가 없게 된다”며 “추가 소요예산 없이 임금 인상과 처우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청소근로자 417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건비는 종전(658억원) 대비 16% 증가한 765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일반 관리 비용은 종전(415억원)보다 줄어든 254억원으로, 단기적으로 약 53억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나온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시가 앞서 지난 3월 1차 비정규직 고용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간접고용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주용태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관련 용역 결과 전환비용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것으로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기본급 등 월급에 국한됐을 경우다. 간접고용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부여되는 추가근무수당, 복지후생비, 퇴직금 등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인력을 관리하는 행정비용 역시 제외됐다.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간접고용인력을 직접 고용하면 임금 인상 및 노조문제와 같은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 전문가인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애로사항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간, 다른 지자체 영향 미칠 듯

시는 내년쯤 민간위탁 분야에 대한 ‘3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청소년수련관, 노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1만3000여명 근로자들이 대상이 된다.

시의 이 같은 정규직 전환 대책이 다른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비정규직의 잇따른 정규직화가 기업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591만100명(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이 중 70.4%는 30인 미만 영세기업, 24.4%는 3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한다.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영세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에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호동 기획재정부 정책총괄과장은 “아웃소싱이 필요해서 한 게 간접고용인데 그걸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민/양병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