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판매하는 100여종의 원두커피 상품 중 매출 1위는 ‘콜롬비아 칼다스 원두커피’(1㎏·1만8900원)다. 지난달 초 출시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1만5000봉지를 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원두커피 판매량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저렴한 가격이다. 최고급 생두로 평가되는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로스팅했음에도 값은 기존 원두커피의 50~60% 수준이다. 이 상품이 ‘반값’인 이유는 이마트가 생두를 현지에서 대량으로 직접 들여와 유통단계를 줄이고 원가를 낮춰서다.

노병간 이마트 커피 바이어는 “지난 4월 초 콜롬비아 고급 커피 산지인 칼다스 지역을 찾아 현지 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며 “현지 수집상과 수출업체, 국내 수입업체와 도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없애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들이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는 ‘글로벌 직소싱’ 상품의 매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바이어들이 사전 기획과 시장 조사를 통해 중간 수입상을 거치지 않고 들여와 싸게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 1~11월 해외 직소싱 상품 매출은 65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6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5400억원)에 비해서는 20% 증가했다. 연말까지 6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3% 늘어날 것으로 이마트는 예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해외 직소싱 상품 매출이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롯데마트는 4500억원으로 7%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 규제와 경기 침체로 대형마트들이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직소싱 상품이 그나마 소비자를 점포로 유인하는 매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반값 TV와 이불, 화장품 등 가전·생활용품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면 올해는 먹거리 상품들이 매출을 주도했다. 불황에도 먹거리 소비는 줄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점을 감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각사 바이어들이 가격 인하를 실감할 수 있는 신선·가공식품을 집중적으로 들여온 결과다.

이마트가 미국 코트사와 함께 선보인 ‘베스 콜라’는 3개월 만에 14만개가 팔렸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 판매량의 95% 수준이다. 홈플러스가 미국에서 직접 들여와 기존 상품보다 30% 싸게 선보인 ‘좋은상품 호두’는 판매 개시 2주 만에 지난해 연간 호두 판매량을 넘겼다. 롯데마트는 가격을 25% 낮춘 ‘통큰 아몬드’로 올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아몬드 전체 상품군 매출의 2.3배에 달한다.

해외 직소싱 상품이 대형마트의 상품 기획력을 보여주는 잣대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각사들은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초 조직 개편에서 상품본부 소속이던 해외소싱을 대표 직속으로 옮겼다. 홈플러스는 해외상품팀을 식품 비식품 패션 등 3개 팀으로 확대, 개편하고 인력도 1.5배 늘렸다.

크리스토퍼 캘러한 이마트 해외소싱담당 상무는 “해외 소싱 상품은 가격 경쟁력과 상품 차별화 측면에서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