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고계엔 산더미 같은 과제가 쏟아졌다.

업계에선 대기업의 인하우스(그룹 내 광고대행사) 광고회사로 일감이 몰린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선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한 새로운 광고의 흐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

유종숙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51ㆍ사진)가 광고계의 '해결사'로 뽑혔다. 최근 8대 한국광고홍보학회장으로 선출된 유 교수를 지난 5일 숙명여대에서 만났다.

유 교수는 1980년 대 중반 광고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7년간 광고인으로 활동한 뒤 12년간 대학 강단에 섰다. 현업 경력이 있는 교수가 한국광고홍보학회장으로 뽑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광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

"소비자들은 광고 대신 인터넷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보는 시대입니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100인 100색'으로 세분화됐지요. 때문에 주어진 예산을 갖고 최적의 광고 효과를 내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유 교수는 "이같은 흐름의 변화에서 학회가 길잡이 역할을 해야한다"며 학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학회의 최근 주제는 '광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다'입니다. 광고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광고 이론도 바뀌는 시점입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광고의 범위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고요."

유 교수는 업계와 학계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자신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광고홍보학에도 협업이 절실해지고 있다" 며 "학자들만의 모임이 아닌 산·학·관이 함께 연구활동에 참여해 실무적 해결책을 제안하는 학회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계의 '강남스타일' 만든다

유 교수는 "광고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들었다.

"인하우스 광고회사들이 대거 만들어지면서 광고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기업의 주문을 받다보니 크리에이티브를 적극 발휘하기는 어렵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의 우수 인재들은 광고회사보단 대기업을 택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가 현업에 있던 12년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는 것.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며 "해외 현황 등을 함께 연구해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의 한류'도 논의할 생각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하는 세상입니다. 지구촌이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도 비슷하지요. 한국의 광고 실력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향한 무한애정, 학회에 새 바람 '솔솔'

유 교수가 광고에 쏟고 있는 '무한 애정'도 학회로 고스란히 옮겨간다. 현업에서 학계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그의 광고에 대한 사랑은 끊임이 없다.

"대부분의 광고인은 '자식에게 광고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자식에게 시키지 않겠다는 일을 왜 본인은 하고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저는 자식에게도 적극 추천할 예정입니다."

유 교수는 "자신이 배우려는 자세만 유지하고 주어진 일을 즐긴다면 광고인이란 직업은 일상의 지루함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회가 생기는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과거와는 달라진 광고계 현실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고. 학회장 임기는 1년이다. 짧은 시간을 긴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유 교수의 마음. "집에서 잠만 자고 나온다"는 그의 하루는 더 바빠졌지만 학회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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