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원유 생산량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내년 경기가 다소 회복되겠지만 석유 수요가 대폭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OPEC은 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내년 석유 생산량 목표를 올해 수준인 하루 300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OPEC의 생산량 동결은 내년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내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고 그리스, 스페인 등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어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경기 회복으로 내년 원유 수요가 약간 늘어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비(非)OPEC 회원국들이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OPEC 회원국들의 석유 생산량은 전 세계 수요의 약 40% 수준이다.

내년 각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유 수요가 크게 늘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IEA는 12월 석유 수요 보고서에서 올 4분기 하루 석유 소비량 전망치를 지난 11월 보고서보다 0.5%(43만5000배럴) 늘려 잡았다. 내년 하루 석유 수요 전망치도 11만배럴(0.1%) 정도만 상향 조정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