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아이러니… '필수과목' 지정에 수험생은 기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4 수능 서울대 한국사 필수 지정, 결과는?
서울대가 수능 '필수과목'을 지정하면 수험생들은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 '역효과'란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가 필수과목 지정을 철회하는 게 오히려 해당 분야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필수과목은 탐구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과목 가운데 지정된다. 사회탐구의 경우 국사·정치·경제·윤리·사회문화 등 가운데 2개 과목을 택해 응시할 수 있다. 수험생이 특정 과목을 필수로 지정한 대학에 지원하려면 반드시 해당 필수과목을 응시해야 한다.
4일 대학들과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올 11월 치러지는 2014년도 수능에선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한 서울대 입시가 관건이다. 서울대가 나서야 한국사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대 필수과목=수험생 기피과목'이란 아이러니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입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한국사를 선택함에 따라 높은 점수(표준점수)를 얻기 어려운 한국사를 응시하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다.
수험생들이 서울대 지정 필수과목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난이도가 높고 다른 선택과목에 비해 점수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몰리는 탓에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출제할 뿐 아니라 수험생이 시험을 잘 봐도 상대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표준점수를 높게 받기 쉽지 않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서울대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 역설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응시하는 과목이 된다" 며 "서울대 진학을 하지 않을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한국사를 선택하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서울대가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자 국사를 선택하는 수험생은 크게 줄어들었다. 2005년도 수능은 사탐 선택 학생 가운데 47%가 국사를 선택했으나 다음해 31%로 급감했다. 2012년과 2013년도 수능에서도 국사 선택 수험생은 각각 13%와 12%에 그쳤다.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한 2014년도 수능을 치를 고2 학생들의 지난해 전국연합 시험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6·9월엔 23%가 한국사를 선택했으나 서울대의 한국사 필수 지정 이후 실시된 11월 시험에선 15%로 떨어졌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2013년도 수능 국사와 지난해 11월 고2 전국연합 한국사 선택 학생 수는 13~15% 수준, 약 4만3000명 선에 그쳤다" 며 "그나마 서울대 지망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인해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11월 치러질 2014년도 수능 역시 한국사 선택자 수가 격감할 것이란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때문에 서울대가 '필수과목' 한국사를 포기하는 게 젊은 층 역사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역사학)는 "서울대의 원래 취지는 좋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오히려 역사 교육을 피하게 되는 양면성이 있다" 며 "차라리 서울대가 필수과목 한국사를 놓아주는 것이 국사 교육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