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길을 걷다가 동네 빵집에서 나는 맛있는 빵 굽는 냄새에 발걸음을 멈췄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 향기에 매료돼 빵을 구매한 경험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로변에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간판이 가득할 뿐 동네 빵집의 간판은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그만큼 수많은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1988년 가맹사업 개시 이후 2008년까지 21년 동안 가맹점 수가 1762개였으나 2009~2011년 3년간 무려 1333개를 확장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동네 빵집 수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2008년 8530여개였던 것이 지난해 12월에는 4120여개로 급감했다.

네 빵집은 요즘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전쟁’ 중이다.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점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한 상태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제과점은 중기적합업종에 반드시 지정돼야 한다. 핵심적인 이유는 제과점이 소상공인의 대표 업종이면서 골목상권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과점 시장은 더 이상 신규로 개설할 곳이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지금도 많은 동네 빵집이 폐업하고 있고 점포당 7~8명씩 되는 사장과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빵을 사랑하고 빵맛을 지켜가기 위해 성실하게 빵을 만들고 그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최소한 30년 이상 제과업에 종사했던 경력자들이 운영해오던 동네 빵집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최근 3년간 가맹점 빵집 1612개 늘어

런 전문가들이 업계를 떠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며, 새 정부가 표방한 ‘중산층 70% 복원’과 ‘경제민주화’ 정책에도 배치된다 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선의의 경쟁과 상생이 중요한데 파리바게뜨는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4~5년 전부터 동네 빵집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10~20년간 잘 운영해왔고 장사도 잘하고 있는 동네 빵집에 와서 자기네 브랜드로 바꾸라고 회유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여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빵을 구매하는 고객은 한계가 있는데 바로 옆에 제과점이 또 생기면 매출은 5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과연 어떤 동네 빵집이 버틸 수 있겠는가. 할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네 빵집에서 프랜차이즈로 바꾼 사례도 많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도 자영업자”라는 주장을 앞세워 논점을 피해가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를 상대로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가맹점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하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무분별한 확장과 동네 빵집에 대한 불공정 행위 등을 서류로 작성해 정식으로 항의도 해 봤고, 우리끼리 합의하자고 요구도 해 봤지만 소용 없었기에 동반위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본사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가맹점주들을 동원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리바게뜨는 “이미 2011년 8월 국내 출점을 자제하고 해외 진출에 주력하겠다는 상생 선언을 내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한 적이 없다. 2011년 11월 상생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작년 3월까지 매월 12개 안팎의 신규 매장을 냈다. 출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제과점 프랜차이즈 내의 매장 간 거리를 500m로 제한한 모범거래기준을 내놓은 작년 4월부터다.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기준을 이행한 것이지 자발적으로 줄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을 따르면 프랜차이즈 빵집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더 이상 확장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동반위 협의 과정에서 “연 5%까지는 신규 출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점포 수가 3200개이니 5%면 매월 12~13개 정도를 추가로 출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우리는 작은 제과점에서 출발해 한우물을 파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피해를 봐도 괜찮다는 것인가. 기업이란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사회에 공헌해야 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과 공생해야 한다.


동네빵집 맛으로 승부해도 자본력 앞에선 속수무책

얼마 전 어떤 소비자가 동네 빵집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 케이크를 동네 빵집에서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동네 빵집을 발견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파리바게뜨에서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격적인 점포 확장은 결국 소비자들이 다양한 빵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다.

일부 동네 빵집의 자구 노력과 쇄신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제과점은 프랜차이즈 빵집이 공격적인 확장을 시작한 4~5년 전에 대부분 문을 닫았다.

남아 있는 동네 빵집의 상당수는 20~30년 업력을 보유한 검증받은 제과점들이다. 맛을 가지고 당당하게 경쟁한다면 절대 프랜차이즈 빵집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동네 빵집들이다.

랜차이즈 빵집은 최근 몇 년 새 이런 경쟁력 있는 동네 빵집을 줄줄이 문닫게 만들어 놓고도 그 원인을 자영업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자본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무기로 마케팅, 인테리어, 홍보 등을 조직적으로 하는 파리바게뜨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동네 빵집 바로 옆에 ‘더 크게’ 매장을 내 문을 닫게 해 온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대한제과협회는 중기적합업종 통과를 마무리한 이후에는 협회 차원에서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자구 노력을 시작할 것을 약속한다.

제과업은 반드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야 한다. 파리바게뜨에는 ‘확장 자제’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자본력을 무기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한 대기업 계열 제과점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한다고 본다.

김서중 < 대한제과협회장 >

△1952년생 △1985년 대입 검정고시 합격 △1996년 건국대 농축대학원 제과제빵과 수료 △프랑스 루앙 국립제과제빵학교·일본 도쿄제과학교 연수 △1997년 빵굼터 설립(대표이사) △2011년 대한제과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