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합작법인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개량신약 개발 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한국을 중국, 일본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인트벤처 형태로 한국 시장 진출을 밝힌 글로벌 제약사 외에 이미 국내에 지사 형태로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도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제약업체 A사 관계자는 “토종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보다는 합작 형태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며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진출은 이미 닻을 올린 상태다. 지난 8일 프랑스 최대 혈액제제회사인 LFB가 신풍제약과 각각 지분 45%, 55%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472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합작사는 일본 중국 대만에서 LFB 라인선스 계약품목의 공급과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 합작사를 아시아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생산공장은 충북오송단지에 완공돼 식품의약품안전청 실사를 받고 있는 신풍제약의 항생제 전용공장 옆에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2일 캐나다 복제약 회사인 파마사이언스와 한국파마사이언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세계 최대 복제약 회사인 이스라엘 테바는 지난달 한독약품과 자본금 150억원 규모의 ‘한독테바’를 설립,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19조원으로 전 세계 15위권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국내 업체들의 개량신약 개발 능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신약 개발에 한계에 봉착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업체와 짝짓기에 나서는 배경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유럽 제약시장에서 경기침체 한파로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실제 IMS헬스에 따르면 2016년까지 신흥시장 평균 성장률이 12~16%인 반면 선진국 시장 성장률은 1~2%에 그칠 전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제약시장이 성장 지체 국면에 접어든 데다 대형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 만료되기 때문에 한국을 이머징시장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