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1200원선 붕괴 위기…수출기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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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새 17% 떨어져…환율 32개월만에 최저
車·기계 등 경쟁력 약화…경상수지도 악화될 듯
"기준금리 내려서라도 해외자금 유입 줄여야"…고강도 대책 목소리
車·기계 등 경쟁력 약화…경상수지도 악화될 듯
"기준금리 내려서라도 해외자금 유입 줄여야"…고강도 대책 목소리
원·엔 환율 1200원 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 양적 완화로 엔화는 약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비상이 걸렸다. 원·엔 환율 하락을 방치하면 2008년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상반기 1100원까지 하락”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9원58전 내린 1202원56전(오후 3시 기준)에 거래됐다. 2001년 5월6일(1188원15전)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은 직거래 시장이 없어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환율의 변화를 통해 환율을 추산한다. 원·달러 환율은 1원30전 내린 1060원40전까지 떨어졌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2011년 8월3일(1060원4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원·엔 환율은 오후 2시50분께 1201원36전까지 떨어지면서 1200원 선을 위협했다. 김영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조엔 이상의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엔화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원·엔 환율은 미국이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난해 9월13일 이후 16.9%(243원79전) 급락했다.
1200원 선 붕괴가 임박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속도는 다소 둔화되더라도 상반기 중 1100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 노믹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원화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출에 큰 타격
국내 수출기업에는 타격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태에서 자동차 기계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엔 환율 변화는 국내 기업의 수출 단가와 물량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 단가에서는 타이어 식료품 정보통신기기 가전 자동차 등이, 수출 물량에서는 반도체 철강 중화학 전기전자 기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통상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이 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2% 하락했다. 이는 2010년 4월(-6.7%) 이후 월간 최대 하락폭이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0.2% 상승했지만 원화 환산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실제 기업들이 손에 쥐는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고강도 대책 세워야”
원·엔 환율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교수는 “원·엔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이대로 두면 1997년과 2008년에 버금가는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4~2007년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꾸준히 유입되는 가운데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경상수지는 크게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대외 충격이 발생하자 국내에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융·외환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핫머니성 외국인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시적인 채권거래세나 토빈세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 수준에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다”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서라도 해외 자금이 들어올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