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일감 뺏기는 '조선산업 위기' 해법없나
중국에 일감 뺏기는 '조선산업 위기' 해법없나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선박제작금융 실적이 아직 없는 것에 대해 “정책금융기관들의 금리 조건 등이 더 낫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애당초 지원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부실한 금융 지원 시스템과 안일한 ‘탁상행정’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중은행 지원실적 없어

조선사들의 ‘돈맥경화’는 선박제작금융을 도맡아 온 수출입은행이 2011년부터 지원 방식을 바꾸면서 본격화했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지원금을 갚으면 그만큼의 새로운 한도가 생기는 ‘회전한도’에서 지원 총액을 정해놓은 ‘소진한도’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조선사들의 주장이다. 지금은 한도가 다 차면 일감을 따와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수출입은행의 선박제작금융 규모는 2010년 2조원, 2011년 2조5000억원, 지난해 3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하지만 조선산업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2011년 선박수출액(541억달러)의 4%가량을 지원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4조원 규모의 선박제작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나, 이 중 3조원이 할당된 시중은행의 실적이 ‘제로’인 것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등에 경쟁력 밀려

국내 한 조선사는 유럽 자회사를 통해 10억유로가 넘는 크루즈선을 수주했다. 자회사가 선박 가격의 90%에 달하는 파격적인 금융을 받아 손쉽게 수주를 성사시켰다. 유럽에서는 크루즈선의 경우 건조 비용의 65%까지 제작금융을 받을 수 있었는데 국가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90%까지 확대됐다. 해양특수목적선(OSV)은 70~80%까지 제작금융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정책적으로 선박제작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소가 밀집한 다롄에서는 중국개발은행(CDB)이 전담 선박금융센터를 만들어 220억달러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금융 지원을 못 받는 한국 조선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저리의 정책금융을 받는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과 지원 필요

조선업은 도장 용접 등 자동화 설비로 대체할 수 없는 공정이 많은 대표적 고용집약 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 효과는 조선이 10.0명으로 자동차(8.8명) 반도체(3.8명) 석유제품(1.0명)보다 높다. 수주 대금의 60~70%가 중소 협력업체에 가는 등 ‘낙수효과’도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2010년 대기업 조선사의 영업이익률은 7.03%로 협력업체(7.30%)보다 낮았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제작금융 방식을 다시 회전한도로 바꾸면 지원 금액이 지금보다 10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