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춥다"…K아트, 美·유럽·아시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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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이불·양혜규·전준엽 씨 등 50여명 출동
국내 미술시장 침체 장기화로 해외로 눈 돌려
국내 미술시장 침체 장기화로 해외로 눈 돌려
세계적인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은 1970년대 ‘비디오 아트’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미술문화의 주류 세계에 당당히 입성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졌고, 국제 미술계에서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얻었다. 서구에 진출한 ‘예술 한류’의 원조인 셈이다.
백남준의 후예 50여명이 새해 들어 ‘융합과 확산’을 키워드로 ‘K아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김수자 이불 김기라 정연두 손봉채 문경원 전준호 씨 등은 첨단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융합 장르를, 전준엽 김춘옥 씨 등 화가들은 한국 전통미학의 우수성을 국제 무대에 내보일 예정이다.
미술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미술가들이 활동 반경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쪽으로 발빠르게 옮기고 있는 것. 그동안 미니멀리즘, 구상회화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은 첨단 영상아트를 비롯해 입체회화, 설치미술, 사진·영상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첨단영상부터 회화까지 다양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설치작가 김수자 씨는 오는 6월1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단독 참가한다. 캔버스·물감·붓으로 대변되는 서양화의 한계를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작업을 비롯해 바늘로 꿰매는 행위에서 영감을 얻은 보따리 설치 작품,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 등을 다채롭게 보여줄 예정이다.
설치작가 양혜규 씨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바쁘다. 지난해 독일 현대미술 전시장인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의 첫 전시 작가로 선정된 그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근·현대미술관(5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조각 스튜디오(10월), 영국 런던 파라솔 유닛미술재단에서 열릴 작품전을 준비 중이다.
아티스트그룹 전준호·문경원 씨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사람들. 작년 6월 독일 현대미술 페스티벌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됐던 여세를 몰아 올해 미국 시카고 설리번갤러리 개인전(9월)과 싱가포르 비엔날레(10월) 참가를 계획 중이다. 또 ‘퓨전 한국화가’ 전준엽 씨는 오는 17일부터 한 달간 뉴욕 맨해튼 쿠하우스갤러리에 초대돼 진화된 한국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뉴요커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이머징 아시아 마켓에도 줄줄이
최근 아시아가 국제 미술의 이머징마켓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일본 싱가포르 시장에도 뛰어드는 작가가 늘고 있다. 1997년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작가로 참여해 주목을 받은 손봉채 씨는 올해를 중국 현대미술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정했다. 그는 5월 상하이현대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항저우미술관(6월), 베이징 큐빅아트센터(8~9월)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연다.
사진·영상 설치작가 정연두 씨는 오는 23일부터 넉 달간 일본 도쿄 더 내셔널아트센터에서, 김기라 씨는 내달 3일까지 일본 나고야 아트랩아이치미술관에서 ‘역사적인 퍼레이드’를 주제로 각각 개인전을 열고 일본 시장 개척에 나선다. 한국화가 김춘옥 우재연 이숙진 이순애 씨 등 5명은 16일까지 일본 도쿄 신주쿠 램프갤러리에서 부스별 개인전을 열어 다채로운 한국 미술 문화를 알리고 있다.
◆미술한류 지원 고작 8억원
세계 미술시장을 두드리는 작가들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K아트’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미술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류 확산을 위한 지원이 미술보다는 음악·드라마·공연·방송에 편중돼 있어서다. 정부의 지난해 미술 한류 지원금은 ‘K아티스트 프로젝트’(4억2000만원)를 비롯해 화랑들의 해외 아트페어 후원(1억6500만원),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아트쇼(2억원) 등 8억원에 그쳤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K아트의 글로벌화는 작가들의 개별적인 도전만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한국 작가 해외 전용 전시장 개설, 국제적인 교류 확대, 세계 미술정보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우환 김동유 홍경택 씨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사는 외국 컬렉터들이 늘고 있는 만큼 ‘미술한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