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제 '고공비행'…바트화·주가 초강세
태국 경제가 2011년 대홍수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의 아픔을 딛고 고공 행진하고 있다. 태국 바트화가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달러당 29.11바트까지 올라 5년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

태국 주가지수(SET)도 같은 날 19년 만에 최고치인 1543.67을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44주 만에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태국 경제성장률(GDP)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9% 증가, 연간 6.4%를 기록했다. 유럽 위기의 영향을 덜 받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바트화가 아시아 환율 시장의 스타로 등극했다”고 평가했다.

○바트화 랠리…정부 경기부양 효과

태국 바트화 가치는 올 들어 동남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약 5%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1월1일 달러당 30.60바트에서 가파르게 올라 20일 달러당 29.11바트까지 치솟았다. 태국 중앙은행이 지난 1월14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4.9%로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1일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BBB→BBB+)한 이후 바트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변국들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WSJ는 지난 1월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통화 환율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태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올 들어 태국 대기업 BTS그룹 홀딩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21억달러(약 2조3000억원)의 인프라펀드를 만드는 데 성공, 태국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태국 5대 은행인 아유타야은행의 지분 7.5%를 다른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굵직한 두 건의 이벤트와 함께 잉락 친 나왓 태국 총리가 추진한 기업 친화적 정책이 바트화 강세를 이끌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법인세를 감면하고 생애 첫 자동차 구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성장의 바탕이 된 것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프라산 트라이랏보라쿤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바트화 강세는 걱정거리가 아니며 이는 태국의 경제 성장과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의 유입 덕분”이라고 말했다. 바트화 상승 흐름을 꺾기 위한 시장 개입은 당분간 없을 것임을 내비친 셈이다.

○정치 불안 등 리스크는 상존

바트화는 당분간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투자회사인 에버딘자산운용 신흥시장 펀드매니저 에드윈 구티에레스는 “태국 경제에 불이 붙었다”며 “태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바트화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TS그룹은 사모펀드 코너스톤이 모집한 22명의 투자자로부터 인프라펀드에 8억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자에는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 슈로더인베스트먼트, 프랑스 보험사 AXA 태국 지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아유타야은행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GE캐피털도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을 대주주로 영입하기 위해 독점적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군사 쿠데타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도사리고 있고, 고가의 쌀 보조금정책 등이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태국 중앙은행이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시장에 개입, 바트화가치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