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작·유통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10개 중 4개는 악성코드를 탐지하거나 치료하는 능력이 없는 ‘불량 백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불량 백신은 치료비 명목으로 불필요한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유통된 백신 프로그램 168종(유료 143종, 무료 25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41.6%인 70종이 악성코드 탐지·치료 기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발표했다. 전년(38.6%)에 비해 3%포인트 늘었다. 이들 백신은 악성코드 샘플 3000개 중 단 한 개도 치료하지 못했다.

또 6종(3.6%)은 1000개 미만의 악성코드만 탐지·치료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중에 유통되는 백신 중 절반가량이 불량인 셈이다.

정상적인 파일을 악성코드로 잘못 진단하는 백신도 31종(18.5%)에 달했다. 서비스 중단, 설치오류, 실행오류로 조사 진행이 아예 불가능한 제품도 29종(17.3%)이나 됐다.

악성코드 샘플의 3분의 2 이상을 치료한 제품 비율은 33.9%로 전년(31.2%)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방통위는 “전반적인 백신 성능은 개선됐지만 다수의 불량 백신이 여전히 배포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신 관련 민원 건수는 2010년 697건에서 2011년 293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336건으로 다시 늘었다. 소비자 상담센터(전화번호 1372)에 접수된 민원은 2011년 248건에서 지난해 227건으로 감소한 반면 118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2011년 45건에서 지난해 109건으로 늘었다.

백신 관련 민원은 자동연장 결제(44.5%), 자동해지 거절·불가(24.2%), 본인 동의 없이 결제(18.1%) 등 대부분 결제 관련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동연장 결제는 대부분 제품 약관에 들어 있어 피해를 보상받기 어려운 만큼 유료 백신 이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방통위는 당부했다.

방통위는 성능 미달 등 문제점이 나타난 백신 80종에 대한 조사 결과를 해당 업체에 통보해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치료 성능이 우수한 백신프로그램 11종을 선정해 공개했다. 내주치의 닥터(KT), 네이버 백신(NHN), 노애드2+(미라지웍스), 바이러스체이서 8.0(SGA), 바이로봇 인터넷 시큐리티 2011(하우리), 알약(이스트소프트) 등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휴 등을 통해 배포되는 불량 백신에 유의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개선 권고조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불량 백신을 직접 규제할 수 있는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