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 한달 행보로 본 '5대 코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9일로 당선이 확정된 지 한 달이 된다. 역대 당선인들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누구보다 조용한 한 달이었다.

박 당선인의 한 달 행보는 보안(인수위 운영)-중기 강화(경제)-측근 배제(인사)-외교 주력(대외 행보)-현장 방문(민생) 등 5대 코드로 요약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경복궁 근처인 서울 통의동에 집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자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집무실을 이용한다. 삼청동 인수위원회에는 지금까지 두 번 왔다. 6일 인수위원회 현판을 걸 때와 7일 인수위 첫 전체회의 때다.

당선 후 언론 인터뷰는 물론 질의응답이 가능한 기자회견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취임시까지 잡혀있는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은 아직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각각 4회, 3회의 언론 인터뷰를 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회만 17번, 이 대통령은 현장 방문(행사 포함)을 27차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박 당선인과 가까운 새누리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있는 상황에서 나서지 않고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고 했다. 주변 인사들이 “취임일까지는 정부 출범 준비 기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이 ‘낮은 행보’와 함께 입버릇처럼 하는 당부이기도 하다.

인수위 운영은 보안이 생명처럼 돼 있다. 업무보고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불통시비가 이어지지만 비공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수위원장 인선도 모든 언론이 맞히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밀봉인사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권인수 업무를 맡는 인수위 인선에서 핵심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도 특징이다. 인수위원은 철저히 실무형으로 짜였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된 측근들 간의 권력싸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당선된 뒤 외교 행보에 주력하는 것도 눈에 띈다. 박 당선인은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등 각국의 대사와 특사는 물론 미국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 대표단을 차례로 만났다. 박 당선인의 공식 일정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외교 분야였다.

민생 현장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행보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빈곤층이 많이 사는 동네를 찾아 도시락을 배달한 것을 비롯해 사회봉사시설과 노인회, 취업박람회, 뽀로로 시사회 등 자주 현장을 찾았다.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기조도 뚜렷하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단체를 먼저 찾아 중기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전봇대’와 비유되는 ‘손톱 밑 가시’란 유행어가 나온 배경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