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출신 의사 134명, 자격 박탈 위기
학원 재단의 부실 운영으로 의학 임상실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졸업한 전북 남원의 서남대 의대생 134명이 의사면허 취소 위기에 내몰리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에 있는 4년제 사립대인 서남대를 특별감사한 결과 부실한 의학 임상실습을 한 의대 졸업생 134명의 의학사 학위 취소를 명령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서남대 학사운영 부실과 교비 횡령 등에 대한 시정 조치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의사 학위 취소

교과부 감사에 따르면 서남대 의대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부속병원(사진)에서 54개 과목의 임상실습 교육과정 1만3596시간을 운영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병원에 외래·입원 환자가 없거나 부족해 8034시간 운영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남대는 실습과목 학점 취득에 필요한 최소 이수 시간을 채우지 못한 의대생 148명에게 1626학점을 주고 이 중 134명은 의학사 학위를 줘 졸업시켰다.

교과부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서남대에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고 졸업생 134명의 학위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의학사 학위에 대한 취소 처분이 내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의사 면허도 취소될 수 있다. 이들 상당수는 현재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해 인턴이나 레지던트로 전국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남대 졸업생에게는 개인적인 책임이 없으므로 임상실습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구제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창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이미 의사 자격을 받고 의료 행위를 해온 의사들에게 학교 측 문제를 이유로 사후 면허 취소를 한다면 그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실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않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진료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들에게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 의과대 부실 실습 논란 거세질 듯

서남대 의대의 학사학위 취소 명령으로 여건이 부족한 지방 의과대학들의 부실 임상실습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포함) 가운데 임상실습 병원이 부족하거나 임상실습 협약 병원에 학생을 파견하면서 의사에게는 외래교수 위촉 절차도 없이 실습을 전담토록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남대 졸업생 학위 취소 결정은 서남대 운영자인 서남학원의 방만한 학원 운영으로 경영 부실이 심해지자 임상 실험실습 등 예비의사들의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생략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병원들이 세제 혜택을 노리고 설립한 일부 지방 의대 가운데에는 공정한 검사를 하면 서남대처럼 걸릴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털어놨다.

○서남대 퇴출 가능성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는 부속병원에 법인기획실을 운영하면서 서남대 교비 통장과 총장 직인, 회계직원 도장을 넘겨받아 차명계좌로 교비 330억4800여만원을 횡령해 개인 용도 및 다른 대학 설립 비용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977년 홍복학원 설립 후 문어발식 학교 설립으로 서남학원 등 7개 학교재단법인을 설립했으며 광주남광병원 등 의료법인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1997년 교비 등 426억원 횡령과 입시 비리 등으로 구속돼 징역 2년9월에 집행유예형을 받았으나 2개월 뒤 사면복권했고 그해 설립한 광주예술대는 비리 운영 책임으로 2000년 폐교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횡령 혐의가 또 드러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대학 4곳의 교비 약 898억원과 건설사 한 곳의 자금 106억원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씨 등을 잇따라 구속했다.

교과부는 서남대가 정상적 학사운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학교 폐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이씨가 세운 다른 대학인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에 대해서도 특별감사를 하고 있어 횡령 규모가 더 늘어나고 추가 퇴출 학교도 나올 수 있다.

정태웅/이준혁/정소람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