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성균관 스캔들? "관장이 공금 유용" vs "유림위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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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휘말린 '儒林 총본산'
"崔관장이 매년 2억~3억 받아 회계처리 않고 개인용도 사용" 전임 부관장 5명이 고발
"품위 유지비로 썼는데 거짓 주장으로 모함하는 것" 최근덕 관장은 강하게 부인
검찰 수사 1년째 진행
"崔관장이 매년 2억~3억 받아 회계처리 않고 개인용도 사용" 전임 부관장 5명이 고발
"품위 유지비로 썼는데 거짓 주장으로 모함하는 것" 최근덕 관장은 강하게 부인
검찰 수사 1년째 진행
지난 22일 한국 유림(儒林·유학의 도를 닦는 학자)의 총본산인 성균관의 최근덕 관장이 공금 횡령 의혹으로 서울 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장모씨를 비롯한 전임 성균관 부관장 5인 등이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獻誠金)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며 최 관장을 고발한 데 따른 검찰 소환이었다. 최 관장을 고발한 전 부관장들도 검찰에서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선비 정신을 이어가는 사표(師表)로, 유림의 큰 어른들이 줄지어 검찰에 출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성균관은 고려 공민왕 11년(1362년)에 국립대학 ‘성균관’으로 명명된 이후 국내 최고(最古)의 정통 유학 교육기관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유교,유학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힘쓰며 유학의 가치를 전파하는 유림의 총본산으로서 기능해왔다. ‘갓과 도포’로 상징되는 선비정신의 본산 성균관에서 돈 문제로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넘어 실망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는 탓인지 사법당국도 ‘성균관 논란’에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부관장을 지낸 박모씨의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6개월 이상 수사를 벌인 뒤 지난해 7월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은 장씨와 박씨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할) 사건이 많아 1년이면 오래 걸린 건 아니다”며 “앞서 밀려있는 사건들도 있는데 이 건만 우선적으로 수사할 이유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최 관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은 최 관장의 해명과 주장대로 음해세력들에 의한 억울한 누명인지, 법적 판단을 가리겠다며 소를 제기한 쪽 주장대로 공금 유용의 혐의가 있는지,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 유림을 이끌고 있는 ‘성균관장 고발사건’이 불거지기까지 성균관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나.
◆헌성금 수천만원…공금인가, 품위유지비인가
이번 횡령혐의 논란은 성균관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이 공금인지, 관장 개인의 품위유지비인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최 관장과 성균관 측은 운영비가 빠듯한 성균관의 재정형편상 이전 관장 때부터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을 관장이 관리해왔다고 주장한다.
지난 2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만난 최 관장은 “유림이 아니라 근본이 없는 몇 사람이 거짓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이 중 장씨 등이 세를 규합해 성균관장직을 노리고 나를 모함하고 있다”고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유학의 근간을 흔들려는 음해 세력들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부관장들로부터 개인당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은 맞는가’라는 질문엔 “관장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부관장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며 “유림 발전을 위해 사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어약 수석부관장도 “4~5명 소수의 불만 세력들이 관장직을 노리고 관장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성균관 직원은 “성균관 재정이 부족해 부관장들이 내는 헌성금을 관장이 사용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굳어져 내려온 것”이라며 “이전부터 관장들이 부족한 성균관 운영 자금을 메우기 위해 부관장들의 기부금을 사용해왔고, 이는 최 관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성균관 재정이 어렵다보니 예전에 비해 부관장 수와 부관장들이 내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의 재정 운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는 국가보조금, 성균관 임원 600여명과 향교의 전교 등이 50만원씩 내는 회비, 매년 5월과 9월 39명의 유학 선현들 제사를 지내는 ‘석전’에 참가한 유림들이 십시일반 내는 헌성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0년 성균관의 수입은 국가보조금 9억1400만원, 임원 회비 2억6600여만원, 헌성금 8500여만원 등 15억6100만원이었다.
한 성균관 관계자는 “부관장들이 내는 기부금이 없으면 관장이 성균관 발전을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최 관장이) 대부분 유림 발전을 위해 썼고 운영금 부족 탓에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소를 제기한 일부 부관장들이 20억~30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관장 가족명의 계좌로 돈이 오간 정황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억~3억원인 것으로 안다”며 “이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 제기 부관장 쪽 “성금은 엄연히 공금”
반면 헌성금이 공금인 만큼 개인용도로 썼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부관장들도 많았다.
관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장씨는 ‘관장이 부관장들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관장이 15명의 부관장들에게 매년 1인당 2000만~3000만원씩, 연간 2억~3억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게 장씨 측의 주장이다. 장씨와 함께 최 관장을 고발한 전 성균관 부관장 박모씨도 “최 관장이 재직한 10년간 적어도 20억원이 넘는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가 자신들이 낸 헌성금이 성균관 회계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의혹을 가진 건 2010년. 그 무렵 ‘펀드에 투자해 1억원이 넘는 수익을 봤다더라’는 믿기 어려운 풍문이 떠돌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씨는 당시 부관장들이 낸 돈이 성균관 회계가 아닌 관장 쪽 개인명의 계좌로 입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5~2007년 부관장을 지낸 공모씨도 “모두 1억1000만원을 냈는데 관장이 ‘성균관 운영이 어려우니 돈을 더 내시라’고 요구해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직 부관장 고모씨는 “성균관에 그런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부관장들이 내는 헌성금은 관장이 개인적으로 써서도 안 되고 쓸 수도 없다”고 의아해했다.
성균관 채무를 갚는데 3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부관장 서모씨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유학이 번창하길 기원해 성균관을 지원하는 것인데 요즘 성균관이 시끄러워 8개월째 출입하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라남도정교협회장을 지낸 전직 부관장 정모씨는 “성균관 발전을 위한다고 해 돈을 냈을 뿐”이라며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 기획실장을 지낸 류모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최 관장이 내가 근무했던 수련원에 1억9200만원을 기부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성균관은 고려 공민왕 11년(1362년)에 국립대학 ‘성균관’으로 명명된 이후 국내 최고(最古)의 정통 유학 교육기관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유교,유학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힘쓰며 유학의 가치를 전파하는 유림의 총본산으로서 기능해왔다. ‘갓과 도포’로 상징되는 선비정신의 본산 성균관에서 돈 문제로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넘어 실망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는 탓인지 사법당국도 ‘성균관 논란’에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부관장을 지낸 박모씨의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6개월 이상 수사를 벌인 뒤 지난해 7월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은 장씨와 박씨의 사건을 하나로 묶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할) 사건이 많아 1년이면 오래 걸린 건 아니다”며 “앞서 밀려있는 사건들도 있는데 이 건만 우선적으로 수사할 이유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최 관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은 최 관장의 해명과 주장대로 음해세력들에 의한 억울한 누명인지, 법적 판단을 가리겠다며 소를 제기한 쪽 주장대로 공금 유용의 혐의가 있는지,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 유림을 이끌고 있는 ‘성균관장 고발사건’이 불거지기까지 성균관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나.
◆헌성금 수천만원…공금인가, 품위유지비인가
이번 횡령혐의 논란은 성균관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이 공금인지, 관장 개인의 품위유지비인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최 관장과 성균관 측은 운영비가 빠듯한 성균관의 재정형편상 이전 관장 때부터 부관장들이 낸 헌성금을 관장이 관리해왔다고 주장한다.
지난 24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만난 최 관장은 “유림이 아니라 근본이 없는 몇 사람이 거짓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이 중 장씨 등이 세를 규합해 성균관장직을 노리고 나를 모함하고 있다”고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유학의 근간을 흔들려는 음해 세력들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부관장들로부터 개인당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은 맞는가’라는 질문엔 “관장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부관장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며 “유림 발전을 위해 사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어약 수석부관장도 “4~5명 소수의 불만 세력들이 관장직을 노리고 관장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성균관 직원은 “성균관 재정이 부족해 부관장들이 내는 헌성금을 관장이 사용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굳어져 내려온 것”이라며 “이전부터 관장들이 부족한 성균관 운영 자금을 메우기 위해 부관장들의 기부금을 사용해왔고, 이는 최 관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성균관 재정이 어렵다보니 예전에 비해 부관장 수와 부관장들이 내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의 재정 운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는 국가보조금, 성균관 임원 600여명과 향교의 전교 등이 50만원씩 내는 회비, 매년 5월과 9월 39명의 유학 선현들 제사를 지내는 ‘석전’에 참가한 유림들이 십시일반 내는 헌성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0년 성균관의 수입은 국가보조금 9억1400만원, 임원 회비 2억6600여만원, 헌성금 8500여만원 등 15억6100만원이었다.
한 성균관 관계자는 “부관장들이 내는 기부금이 없으면 관장이 성균관 발전을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최 관장이) 대부분 유림 발전을 위해 썼고 운영금 부족 탓에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소를 제기한 일부 부관장들이 20억~30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관장 가족명의 계좌로 돈이 오간 정황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억~3억원인 것으로 안다”며 “이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 제기 부관장 쪽 “성금은 엄연히 공금”
반면 헌성금이 공금인 만큼 개인용도로 썼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부관장들도 많았다.
관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장씨는 ‘관장이 부관장들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관장이 15명의 부관장들에게 매년 1인당 2000만~3000만원씩, 연간 2억~3억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게 장씨 측의 주장이다. 장씨와 함께 최 관장을 고발한 전 성균관 부관장 박모씨도 “최 관장이 재직한 10년간 적어도 20억원이 넘는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가 자신들이 낸 헌성금이 성균관 회계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의혹을 가진 건 2010년. 그 무렵 ‘펀드에 투자해 1억원이 넘는 수익을 봤다더라’는 믿기 어려운 풍문이 떠돌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씨는 당시 부관장들이 낸 돈이 성균관 회계가 아닌 관장 쪽 개인명의 계좌로 입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5~2007년 부관장을 지낸 공모씨도 “모두 1억1000만원을 냈는데 관장이 ‘성균관 운영이 어려우니 돈을 더 내시라’고 요구해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직 부관장 고모씨는 “성균관에 그런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부관장들이 내는 헌성금은 관장이 개인적으로 써서도 안 되고 쓸 수도 없다”고 의아해했다.
성균관 채무를 갚는데 3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부관장 서모씨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유학이 번창하길 기원해 성균관을 지원하는 것인데 요즘 성균관이 시끄러워 8개월째 출입하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라남도정교협회장을 지낸 전직 부관장 정모씨는 “성균관 발전을 위한다고 해 돈을 냈을 뿐”이라며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 기획실장을 지낸 류모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최 관장이 내가 근무했던 수련원에 1억9200만원을 기부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