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마감 30분을 남기고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치솟으면서 이날 하루에만 19원이나 폭등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11년 9월26일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이후 일방적으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베팅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해 순식간에 수급이 깨져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1100원이 저항선 역할을 하겠지만 북한 핵실험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보다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원화 급등에 대한 견제심리 작용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50전 상승한 1082원에 개장한 이후 수출업체 물량이 상단을 막아서면서 1080원대 초반을 중심으로 거래를 이어갔다.

하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다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시장분위기가 급변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매도 우위로 돌아서 이날까지 12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5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곧이어 역내외 할 것 없이 강력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단숨에 환율이 1090원을 치고 올라갔다.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쇼트커버(환율 하락을 예상해 달러를 매도했다가 다시 사들이는) 물량까지 가세하면서 1093원50전까지 치솟았다.

김성순 기업은행 파생FX팀장은 “북한 3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원화절상을 예상하고 달러를 매도하면서 달러공급이 부족해진 가운데 순간적으로 시장불안 심리가 커져 환율이 폭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외 투기세력까지 가세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절상(원화가치 상승)한 데 따른 견제심리가 최근 외국인 주식매도와 맞물리면서 외환시장의 수급이 깨지자 환차익을 노린 역외세력이 가세하면서 장 막판 시장이 요동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국내 수출업체들이 원화 절상에 베팅을 하면서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에 던져 가파른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로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 달러수요가 급등하면서 수급 균형이 깨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지금까지 원화절상에 베팅을 하고 느긋하게 시장을 관망하던 상황에서 어느 쪽도 환율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 매매 추이와 북한 핵 문제가 단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자금을 추가로 회수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미국 뱅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함에 따라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라 한국에서 돈을 빼내 일본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매물이 상당 기간 흘러나올 전망이다.

서정환/이심기/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