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가요권력 재편…이수만·양현석 양강체제로
대중음악계 권력이 재편되고 있다. 10여년간 ‘1인 천하’로 군림해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61)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43)과의 양강 체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싸이 광풍’ 덕분에 업계 2위였던 YG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보유주식 가치로는 양 사장이 이 회장을 추월했다.

양 사장은 조만간 싸이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할 채비다. 반면 일본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 회장은 최근 엔화가치 하락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양 사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2290억원으로 1741억원인 이 회장을 따돌렸다. 두 사람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식부자 1, 2위다. 그러나 회사 시가총액 면에서는 이 회장의 SM이 8099억원으로 양 사장의 YG 6399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실적에서도 이 회장이 양 사장에 앞섰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YG의 매출은 전년보다 41% 증가한 1100억원,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270억원으로 추정했다. 빅뱅이 월드투어에서 80만명을 모았고 2NE1도 18만명을 동원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YG 매출의 약 10%를 차지했다.

SM의 지난해 매출은 55% 늘어난 1700억원, 영업이익은 114% 증가한 450억원으로 예상된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중국과 대만 등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이 회장의 강점은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강력한 브랜드의 아이돌 그룹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 음반시장 점유율도 1위(30%)다. 여행업과 드라마 제작 사업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엔화 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평균 100엔당 1413원이던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1200원(약 15%) 안팎으로 급락했다. 일본에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올리는 이 회장에게는 직격탄이다. SM이 보유한 엔화 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콘서트와 음반 판매 수입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텐아시아] 가요권력 재편…이수만·양현석 양강체제로
빅뱅, 2NE1, 싸이, 이하이 등을 소속 가수로 거느린 양 사장은 2~3월 싸이가 미국에서 음반을 내고 투어를 펼치도록 할 계획이다. 연내 신인그룹 한두 팀도 데뷔시킬 예정이다. 그는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국내 시장점유율 1위(13%)를 차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업무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양 사장은 소속 가수나 연기자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가수들이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살려 아티스트로 자리잡도록 유도한다. 사업에서도 협업을 통한 혁신을 중시한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통한 현지 시장 개척보다 유튜브, 페이스북, 숨피닷컴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선호한다.

반면 이 회장은 소속 가수들을 맞춤형 훈련으로 키우는 조련사에 가깝다. 철저한 교육과 관리시스템은 가요계의 교범이다. 이 회장은 파트너십보다 독자 행보를 좋아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