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는 아이폰5 판매…日 부품업체 3000명 감원 '쇼크'
애플발 한파가 글로벌 부품업계에 몰아치고 있다. 아이폰 판매가 예상보다 줄어드는 등 가장 큰 고객인 애플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삼성전자를 제외한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의 몰락 속에 애플 의존도가 커진 부품사들은 애플의 부진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할 판이다.

일본 TDK는 지난달 31일 3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는 3월 말 끝나는 2013회계연도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지난해 10월 말 8500억엔으로 예상했던 매출은 8350억엔으로, 순이익은 200억엔에서 20억엔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TDK는 애플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안테나 등을 납품한다.

아이폰용 소형 모터 등을 만드는 일본 알프스전기는 직원 3만2000명의 9.3%인 3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당초 3월 말 끝나는 2013회계연도 순이익을 13억엔으로 예상했다가 85억엔 적자 예상으로 수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14일자에서 샤프 TDK 등 아이폰5 부품사들의 1월 수주량이 작년 12월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LG이노텍은 지난달 31일 작년 4분기 매출 1조6300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에 비해 매출은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 줄었다. 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을 애플에 납품한다. 증권사들은 1분기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4분기 8조7426억원, 영업이익 5873억원을 냈으나 증권가에선 올 1분기엔 애플 주문량 감소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LG디스플레이의 애플 매출 의존도는 23%가 넘는다.

부품사가 애플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이유는 완제품(세트) 업계의 변화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휴대폰, 노트북을 대체하면서 애플과 삼성을 빼곤 완제품 업체 모두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조달이 많아 부품사 입장에선 애플이 유일한 큰 고객으로 남았다. 주요 부품사의 애플 의존도는 매출의 5~20%대에 이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