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가 유통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로 몰려드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서서히 유입되는 아웃도어 쇼핑몰이 인기를 끌며 고수익을 올리자 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SK에너지·풀무원·평안L&C· 카페베네 등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여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대형 마트와 테마파크 등을 더해 ‘휴게소의 신(新)문화’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그들은 왜 도심을 탈피해 고속도로 휴게소로 모이는 것일까. 그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1월 15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덕평자연휴게소’로 향했다. 2007년 코오롱글로벌이 만들고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해 연매출 507억 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장사 잘되기로’ 소문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넘버원이다. 규모 역시 18만8790㎡로 국내 최대다. 이 휴게소의 무기는 휴식과 쇼핑을 하나로 합친 ‘복합 휴게소’에 있다.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간판들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속도로 휴게소라기보다 마치 도심 속 쇼핑센터에 온 느낌이다. 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코오롱이 직영하는 푸드 코트 등 식당가에서부터 코오롱스포츠·K2·잭니클라우스·밀레·베이직하우스 등 쇼핑몰까지 6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의류 매장은 대개 상설 할인 매장으로 월 1억 원 이상대 매출을 올려 매출 규모가 전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알짜배기다. 밀레 매장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이 10억4000만 원을 기록하며 2011년 상반기(7억 원)보다 30% 늘었다.

최치환 덕평자연휴게소장은 “여행 도중휴게소를 방문하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스포츠나 레저·아웃도어 용품이 잘 팔린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월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형태의 하나로 보고 매장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매출 507억 원 휴게소 등장

사실 휴갓길과 명절 귀향길에 만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트로트 음악과 우동 한 그릇, 화장실로 인식되는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볼일’과 ‘허기’를 급하게 해결하는 곳일 뿐이었다. 1970년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후 30년 넘게 이를 유지하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여행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고속도로 휴게소도 백화점과 쇼핑몰처럼 서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 173개 휴게소에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의류 브랜드가 잇따라 입점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하고 질 높은 편의 제공에 나섰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신패션 상권’ 형성이다. 이를 고스란히 반영한 덕평자연휴게소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골프족들에게 ‘미팅 포인트’로 통하는 죽전휴게소(서울 방면)에 루이까스텔·팬텀 등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입점했고 안성휴게소(서울 방면)에는 몽벨·폴햄·휠라·다반 등 8개 브랜드가 들어섰다. 패션그룹형지는 여성복 브랜드로는 최초로 여주휴게소(강릉 방면)에 패션 전문 멀티숍을 열고 아웃도어 브랜드와 크로커다일레이디·샤트렌·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 브랜드를 입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총 173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청원·안성·문막·금강·문경·원주·여주 등 37개 휴게소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는 총 227개다. 주로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한 패션 브랜드로 이들 총매출액은 2011년 343억6700만 원에서 2012년 607억3400만 원으로 증가하며 약 77%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출은 2011년 대비 33% 성장한 696억100만 원인 것에 비해 의류 브랜드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정재원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운영팀 휴게소운영차장은 “주말에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유동인구가 많은 휴게소가 잠재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매출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또한 경기 불황 탓에 매출이 줄어든 백화점과 대형 마트 대신 새로운 유통 경로를 뚫으려는 유통 업체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홍보·잠재 고객 확보에 ‘제격’

굳이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까지 입성하는 기업의 이유도 분명하다. 첫째, 고속도로 휴게소는 위치 특성상 나이·직업·소득수준을 망라한 다계층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기업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다. 둘째, 고속도로 휴게소는 고정적인 수요가 있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면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의 신사업 개척은 코오롱글로벌이 선도하고 있다. 덕평자연휴게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507억 원으로 2007년 오픈 대비 10배 정도 늘었다. 173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매출 구조는 식음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덕평자연휴게소는 식음료의 비율이 약 55%, 의류·잡화 등의 쇼핑몰 비중이 45% 이상을 차지한다. 작년 한 해에만 1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으며 1인 체류 시간이 평균 20분 이내에서 40분으로 늘었다. 또한 재방문율이 늘어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덕평자연휴게소 주변에 조성한 숲길과 조각 공원 등의 자연 공간도 이 같은 결과에 한몫했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또 다른 무기인 ‘애견 테마파크’ 역시 국내 최초로 소개돼 수요 폭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최치환 덕평자연휴게소 소장은 “먹고 일보는 것이 휴게소 1세대였다면 덕평은 먹고 놀고 쇼핑하며 다양한 경험을 전하는 2세대 시대를 열었다”면서 “지금까지 수익 성장 위주의 사업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강아지 파크 조성 등 고객 위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글로벌은 2003년 한국도로공사 민자 사업자에 선정, 사업 전담 법인인 덕평랜드를 설립했다. 이후 2007년에는 상행 덕평자연휴게소를, 2009년에는 하행부를 완성했다. 동해와 강원도로 가는 중심 도로에 있는 이 휴게소는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을 지나는 연간 통행량은 약 3000만 대, 유동인구는 약 7500만 명을 넘나든다.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 내 유휴 부지 1만5250㎡에는 체험형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 들어선다. 지난해 6월 최종 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평안L&C가 한국도로공사와 손잡고 준비한 ‘세븐스마일 기흥점’이다. 세븐스마일 기흥점이 자리할 기흥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 기점 392km 지점에 있으며 제2외곽순환도로 교통망의 중심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상권이다. 5678㎡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을 짓고 국내 20여 개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를 입점해 올 3월 개점을 앞두고 있다.

즐길거리 역시 포함됐다. 실내 암벽등반, 캠핑 등 다양한 레저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세븐스마일은 평안L&C가 신유통 사업을 위해 출범한 ‘평안 세븐스마일’의 아웃도어 쇼핑몰 브랜드로 PAT·네파·엘르골프·엘르아웃도어·오프로드 등의 자사 브랜드 중심으로 상품이 구성된다. 이 밖에 상권 특성에 맞는 타사 브랜드도 함께 구성해 전체 타운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진 평안 세븐스마일 영업지원팀장은 “최근 들어 패션 업계가 차량 유동이 많은 나들목 상권이나 휴게소 상권에 유통망을 진출시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면서 “기존 시내 상권의 포화 상태를 감안할 때 고속도로 휴게소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유통의 블루오션’이므로 세븐스마일 역시 이런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러 찾아가는 기존의 아울렛과 달리 휴게소 아울렛은 어차피 들르는 지점에 있어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쇼핑을 즐기고 업체는 풍부한 유동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휴게소 입점의 장점”이라며 “연간 250억 원 매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평안 세븐스마일은 오는 3월 마장휴게소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중부와 영동선이 만나는 장점을 가진 곳으로 1650㎡ 규모에 20여 개 브랜드가 구성된다.

카페베네 기대 매출 연 1600억 원

기업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개발 사업에도 관심을 보인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교통량과 도로 연장에 비해 청계·하남·구리 등 소규모 간이 휴게소 세 곳이 전부다. 그러나 왜 휴게소 개발 사업에 진척이 없었던 것일까. “수도권 지역은 높은 토지 가격 때문에 부지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발에 따른 각종 제약이 많아 그동안 개발이 어려웠다”는 게 한국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민간 자본 B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으로 돌렸다. BOT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시설 완공 후 일정 기간(통상 20~30년) 사업자가 시설을 소유·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한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다. 즉, 건설(build)해 소유권을 취득한(own) 후 국가에 귀속시키는 기부채납(transfer)을 말한다. 앞서 설명한 덕평자연휴게소나 기흥휴게소 내 세븐스마일 기흥점 등을 포함해 173개 중 68곳이 BOT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국내 토종 커피 전문점 브랜드 ‘카페베네’가 고속도로 휴게소 개발에 나서 관심을 끈다. 한국도로공사 민자 유치 개발 사업인 ‘하남 하이웨이파크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카페베네가 선정돼 시행사로 참여한다. 시공사는 한라건설이다. 정재원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운영팀 휴게소운영차장은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일정 기간 동안 협상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협상 기간에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이상 카페베네는 2042년까지 하남 하이웨이파크를 운영할 자격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2016년 ‘만남의 광장’이란 이름으로 불릴 것으로 예상되는 하남 하이웨이파크는 경기 하남 천현동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설 휴게소로, 2011년 기준 1일 교통량이 14만8732대에 달한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카페베네는 총 10만㎡,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하남 하이웨이파크에 휴게소 입점 사업을 독점으로 진행한다. 자체 브랜드인 ‘카페베네’와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드럭스토어 ‘디셈버24’도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카페베네는 편의 시설과 문화 시설도 마련한다. 편의 시설은 의류 매장, 레저스포츠 매장, 주유소,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들어서고 문화 시설은 커피 테마파크, 식물원,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하행선을 연결 통로로 이어 모두 한곳에 있는 휴게소를 이용하게 되며 1600여 대의 주차 공간이 마련된다.

카페베네는 커피숍과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며 매장 운영 방법과 제품 개발 역량을 축적해 왔다. 또한 2011년부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30여 개의 매장을 입점할 만큼 고속도로 휴게소 시장에 관심을 보여 왔다. 카페베네 측은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휴게소 개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해 응찰했다. 그러나 유통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으로 주 업종을 전환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어 “하남휴게소 유동 차량 대수를 감안하면 연간 16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2014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모습을 보일 ‘시흥복합휴게소’는 풀무원과 그린익스프레스파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이들은 개발 공간이 부족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도로 상하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본선 상공형’으로 지어진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게 장점이다. 또한 고속도로 양방향 모두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부지 규모를 64% 정도 줄일 수 있어 개발제한구역에 가장 적합한 개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부지 절감에 따른 개발 비용뿐만 아니라 양방향 통합 운영에 따른 운영 비용도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입점 문의 급증

‘마장복합문화휴게소’는 SK에너지와 하이플렉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맡았다. 지금까지 빈 공간으로 방치돼 온 고속도로 상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복합 문화 공간 조성을 테마로 개발된다. 화물차와 일반 차량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2014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경부고속도로의 ‘옥천휴게소’를 개발해 운영 중이며 서해안고속도로의 ‘매송화물차복합휴게소’, ‘목감휴게소’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하나의 세련된 문화 공간으로 재정립되면서 프랜차이즈의 입성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소비자 취향의 고급화다. 수제 버거 전문점인 크라제버거 등 고급 브랜드가 속속 눈에 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휴게소에 입점하려고 하는 유통 업체의 문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도 일반 로드 매장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춰 고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제는 저가에서 최고급 제품까지 원하는 다양한 수요층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맛·서비스·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은 브랜드의 입점으로 휴게소 이미지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던킨도너츠를 시작으로 뚜레쥬르·배스킨라빈스·나뚜르·롯데리아·카페베네·할리스·엔제리너스·도미노피자 등 많은 브랜드들이 운영 중이다. SPC그룹은 전주~광양 고속도로 황전휴게소(양방향)에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파스쿠찌 등을 입점한 데 이어 ‘오토K’라는 고속도로 휴게소 브랜드를 따로 만들었다. 2011년부터 입점하기 시작한 카페베네와 롯데칠성음료의 원두 커피 매장 ‘카페 칸타타’, 롯데리아의 ‘엔제리너스커피’ 등이 휴게소 매장을 오픈하면서 이미 입점해 있던 기존 커피 전문점들과의 경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고속도로 휴게소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제품의 유통·판매 지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높은 매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지니고 있는 상권이다.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월세 등의 초기 투자 비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홍보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도 지닌다. 게다가 휴게소 음식점의 성격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어 향후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