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진단 기업 '씨젠', 글로벌 기업이 문턱 닳도록 찾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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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하고 나니 회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미팅 한번 잡으려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데 이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찾아옵니다. 미국 유명 제약사에서 CEO를 역임한 존 허렐 박사도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할 수 있었구요.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거죠. 높아진 네임 밸류를 바탕으로 올해도 기업간(B2B) 사업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서울시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진행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상장을 통해 사업환경이 훨씬 개선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천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을 바탕으로 올해 B2B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며 실적 성장을 자신했다. 또 앞으로 5년 내 누구나 손쉽게 분자진단을 할 수 있도록 대중화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씨젠은 분자진단 전문업체로 동시다중 분자 진단 시약 등을 개발, 제조하고 있다. 동시다중 분자 진단이란 혈액 등 샘플을 한번 검사해 20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씨젠은 경쟁 업체 대비 여러종의 검사를 싼 가격에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분자진단 점유율 1위 기업인 로슈의 제품은 1번 검사 시 바이러스를 4개 이상을 검사할 수 없는데 비하면 수십종을 판별할 수 있는 씨젠의 기술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으로써 글로벌 업체들과 계약을 진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 상장한 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 총액 기준 10~20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씨젠의 기술력을 알아보는 회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씨젠은 실제로 지난해 미국 듀폰 및 피셔 사이언티픽, 일본 제약사 등과 줄줄이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계약은 지난해 12월 피셔 사이언티픽과 맺은 분자 진단 제품 공급 계약이다. 피셔는 2011년 기준 매출이 13조원, 시가총액이 24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미국 내 20여개의 대형 검진센터와 거래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피셔와의 계약 규모가 향후 씨젠의 주요 거래처 미국 바이오레퍼런스(BRL)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천 대표는 "올해 3월부터 호흡기 바이러스, 폐렴 검사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뒤 맞춤형 시약을 발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제약사와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이라는 분야를 개척키로 했다.
임상 실험에 들어간 신약이 100명의 환자 중 10명의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었다면 그 약은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효과가 있었던 10명은 체질적으로 신약 사용에 적합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착안해 환자의 유전자 DNA를 검사하면 해당 약에 맞는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동반진단이다.
천 대표는 "일본 제약사는 항암제에 주력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씨젠의 실시간 동시다중 유전자 진단기술은 암진단 분야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회사들만 씨젠의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씨젠의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식품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유, 계란 등을 유통하는 식료품 회사는 식중독이 한번 발생하면 해당 제품을 리콜해야 하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정확성을 높이려고 검사 기간이 늘어나면 식료품 유통에 차질이 생긴다.
천 대표는 "듀폰은 그동안 빠르고 정확한 검사 방법 개발을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을 해 왔는데, 씨젠과 이전에 거래를 했던 미국의 장비회사가 듀폰에 씨젠을 추천했다"며 "듀폰과의 계약 체결 소식에 여타 글로벌 식료품 회사들도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듀폰이 실제로 씨젠의 기술을 이용해 식품 검사 장비 등을 개발, 사용한다면 씨젠은 추가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씨젠은 지난해에만 70~80명을 추가 채용했다. 2011년 말 기준 씨젠 직원이 총 132명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 대표의 성장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 대표는 새로운 미래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만 가능한 분자진단을 5년 내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보편화, 대중화하겠다는 것.
천 대표는 "의사의 경험적 판단에 따라 감기라고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재차 병원을 찾으니 폐렴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분자진단이 상용화되면 이런 오진, 약물 오남용이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서울시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진행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상장을 통해 사업환경이 훨씬 개선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천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을 바탕으로 올해 B2B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며 실적 성장을 자신했다. 또 앞으로 5년 내 누구나 손쉽게 분자진단을 할 수 있도록 대중화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씨젠은 분자진단 전문업체로 동시다중 분자 진단 시약 등을 개발, 제조하고 있다. 동시다중 분자 진단이란 혈액 등 샘플을 한번 검사해 20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씨젠은 경쟁 업체 대비 여러종의 검사를 싼 가격에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분자진단 점유율 1위 기업인 로슈의 제품은 1번 검사 시 바이러스를 4개 이상을 검사할 수 없는데 비하면 수십종을 판별할 수 있는 씨젠의 기술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으로써 글로벌 업체들과 계약을 진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 상장한 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 총액 기준 10~20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씨젠의 기술력을 알아보는 회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씨젠은 실제로 지난해 미국 듀폰 및 피셔 사이언티픽, 일본 제약사 등과 줄줄이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계약은 지난해 12월 피셔 사이언티픽과 맺은 분자 진단 제품 공급 계약이다. 피셔는 2011년 기준 매출이 13조원, 시가총액이 24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미국 내 20여개의 대형 검진센터와 거래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피셔와의 계약 규모가 향후 씨젠의 주요 거래처 미국 바이오레퍼런스(BRL)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천 대표는 "올해 3월부터 호흡기 바이러스, 폐렴 검사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뒤 맞춤형 시약을 발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제약사와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이라는 분야를 개척키로 했다.
임상 실험에 들어간 신약이 100명의 환자 중 10명의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었다면 그 약은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효과가 있었던 10명은 체질적으로 신약 사용에 적합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착안해 환자의 유전자 DNA를 검사하면 해당 약에 맞는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동반진단이다.
천 대표는 "일본 제약사는 항암제에 주력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씨젠의 실시간 동시다중 유전자 진단기술은 암진단 분야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회사들만 씨젠의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씨젠의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식품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유, 계란 등을 유통하는 식료품 회사는 식중독이 한번 발생하면 해당 제품을 리콜해야 하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정확성을 높이려고 검사 기간이 늘어나면 식료품 유통에 차질이 생긴다.
천 대표는 "듀폰은 그동안 빠르고 정확한 검사 방법 개발을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을 해 왔는데, 씨젠과 이전에 거래를 했던 미국의 장비회사가 듀폰에 씨젠을 추천했다"며 "듀폰과의 계약 체결 소식에 여타 글로벌 식료품 회사들도 접촉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듀폰이 실제로 씨젠의 기술을 이용해 식품 검사 장비 등을 개발, 사용한다면 씨젠은 추가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씨젠은 지난해에만 70~80명을 추가 채용했다. 2011년 말 기준 씨젠 직원이 총 132명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 대표의 성장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 대표는 새로운 미래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만 가능한 분자진단을 5년 내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보편화, 대중화하겠다는 것.
천 대표는 "의사의 경험적 판단에 따라 감기라고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재차 병원을 찾으니 폐렴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분자진단이 상용화되면 이런 오진, 약물 오남용이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