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광객 빈자리 유커로 채워라
“올해처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A면세점 관계자)

중국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춘제(설·올해는 9~15일)는 유통업계가 기다리는 ‘대목’ 중 하나다. 올해는 그 의미가 예년에 비해 더욱 커졌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엔저(低)까지 겹치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 춘제에도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준비하고 ‘유커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춘제에는 지난해(1월22~28일)보다 25% 증가한 6만3000여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춘제 기간의 연평균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커 잡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점과 백화점들이다. 신라면세점 장충점은 에뛰드·미샤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트당 판매가격을 88달러로 책정한 기획상품을 마련했다. 5000달러 이상 구입하면 1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주는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주요 백화점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일하는 중국어 통역사 인원을 기존 30명 수준에서 4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본점은 중국 은련카드로 구입하는 쇼핑객에게 가격을 5% 추가로 할인해주는 행사를 지난 1일부터 시작해 28일까지 계속한다. 현대백화점이 특정 국가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유커의 증가가 이를 상쇄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1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올려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줄어든 반면 중국인 매출은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 내 반일 감정이 한국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가 지난해 3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이 사상 최대인 27.2%에 달했다”며 “춘제에 일본으로 가려던 중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가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악의 예약률로 고전하고 있는 특급호텔들은 상황이 호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CTRIP에 따르면 한화로 40만~8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중·저가 여행을 선호하는 중국인 비율이 72.2%로 가장 높았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